중학교 자유학기제 수업에서 소프트웨어(SW) 영역이 소외받는다. SW를 교육할 인력, 콘텐츠 부족으로 교육 프로그램 선정이 쉽지 않다. 관련 정보가 없어 SW교육을 포기하는 학교도 속출한다.
31일 정부기관과 학교에 따르면 전국 중학교는 3월 자유학기제를 전면 시행한다.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한 학기 동안 시험부담에서 벗어나 꿈과 끼를 찾는 체험활동을 운영하는 제도다.
해당 중학교는 학생 수요에 맞춰 자율적으로 체험 위주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미래사회 핵심 역량으로 평가받는 SW도 교육 프로그램으로 고려된다. 유망 직종으로 떠오른 SW 영역을 알리고 실습까지 병행한다. 다가오는 초중고 SW 의무교육을 준비한다.
학교에서 수요도 높다. 한국교육개발평가원이 조사한 수요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로봇 만들기’가 중학교 동아리 활동으로 가장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이러한 수요에도 SW교육환경은 열악하다. 전국 직업·진로 체험처 5만8882개 중 SW 분야는 0.5%(35개)에 불과하다. 대부분 공공기관, 대기업, 대학교 등이 운영한다.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SW 체험처 11곳 중 7곳은 수도권에 집중됐다. 중앙과 지역 격차가 크다.
체험을 대체할 특강 프로그램도 활발하지만 SW는 예외다. 국내에서 정기적으로 운영되는 SW교육 특강 프로그램은 두세 개에 불과하다. 신청 자격이 까다롭고 지역 제한도 있다. 지난해 9월부터 미래부, SW정책연구소 등은 SW 멘토스 사업으로 17개 중학교 1900명 학생을 대상으로 SW교육을 진행했다. 올해 확대할 계획이지만 전국 3186개 중학교를 대상으로 하기에는 참여기관(75개)이 부족하다.
교육 콘텐츠와 인프라 부족도 문제다. 교육부에 따르면 주제선택·동아리 활동 지원을 위해 보급한 교재 89종 중 SW 관련 교재는 4종뿐이다. 개별 학교가 자체 교재와 프로그램을 마련하더라도 정보컴퓨터 교사 수와 컴퓨터 등 장비가 부족하다. SW교육관련 정보를 얻는 온오프라인 창구도 없다.
서울 한 중학교 교사는 “2~3년간 시범 도입한 다른 학교와 달리 우리는 올해 처음 시행하면서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할지 고민이 많다”며 “학생 관심이 높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역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많은 IT기업이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에 집중돼 지방 학교는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일시적 특강 외에 체험 활동은 고려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SW교육 자원이 부족한 것은 ICT 산업구조와 연관성이 높다. 국내 SW업체 중 중소기업 비중은 90%가 넘는다. 대부분 사회공헌 차원에서 학생 교육에 참여할 여유가 없다.
SW교육을 확대하려면 참여 기업과 기관, 연구소를 확대해야 한다. 지방 학교에 체계적 정보와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시스템도 요구된다.
길현영 SW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소기업이 다수인 상황에서 무작정 SW교육을 독려할 수 없다”며 “SW교육선도기업과 같은 명예 인증을 부여하고 지역 거점 SW교육 조직을 설립하자”고 말했다.
2018년 본격 시행되는 초중고 SW교육을 준비하는데 교육부, 미래부로 이원화된 SW교육 정책을 정리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최미정 미래부 SW교육혁신팀장은 “근본 해결책은 SW 선도학교를 늘려 선택과 집중에 따른 심도 있는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올해도 초중고 SW 선도학교를 900개까지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