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국내 기업과 거래하는 부품은 크게 디스플레이, 반도체, 카메라, 배터리다. 아이폰에 탑재되는 LCD는 LG디스플레이가, D램·낸드플래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공급 중이다. 카메라 모듈은 LG이노텍이, 배터리는 삼성SDI와 LG화학이 납품하고 있다.
애플은 국내 전자부품 업계 ‘큰 손(빅바이어)’으로 통한다. 애플이 한 해 구매하는 부품 규모는 연간 수 조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발광다이오드(LED), 연성인쇄회로기판(FPCB)까지 포함할 경우 규모는 더 커진다.
때문에 아이폰 성장 둔화는 마냥 반가울 수 없는 소식이다. 주문 감소와 단가 인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기업 실적에 부정적 요인이다.
실제로 아이폰 성장 둔화는 지난 4분기부터 국내 기업 실적에 영향을 미치지 시작했다. SK하이닉스는 2015년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 41% 감소했다. 카메라 모듈을 만드는 LG이노텍 광학솔루션사업은 같은 기간 매출이 11% 줄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0%, 90.3% 감소했다. 삼성SDI는 소형 전지 부진으로 4분기 800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문제는 다음이다. 고속 성장을 이어온 애플마저 성장세가 한풀 꺾이면, 부품 업체는 기댈 곳이 마땅치 않게 된다.
스마트폰 시장은 가뜩이나 성장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해 역대 최저치인 한 자릿수 성장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장 정체는 부품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견인차 역할을 하던 애플이 앞으로 둔화 추세를 되돌리지 못한다면 설상가상으로 국내 산업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하준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애플이 판매 둔화 추세를 돌릴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애플 관련 국내 업체들 실적과 주가를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업체가 애플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애플이 아이폰6S와 아이폰6S플러스 1분기 생산량을 계획보다 30% 줄였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하반기 신형 아이폰을 출시할 예정이다. 애플은 격년을 주기로 디자인과 성능을 대폭 개선한 스마트폰을 내놓았다. 올해가 크게 바뀌는 때다.
애플 신형 아이폰 성공 여부가 관건이다. 애플이 부품 업계를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다시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자료: 업계 종합)>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