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 야구팀 피츠버그 파이어러츠는 국내 프로야구 출신 내야수 강정호 선수가 뛰면서 우리에게 낯익은 팀이다. 최근 3년 연속 월드시리즈 목전까지 갔던 피츠버그도 1992년 이후 2012년까지 21년간 단 한 번도 승률 5할을 넘지 못했다. 그러던 피츠버그는 2010년 11월 클린트 허들 감독이 합류하면서 달라졌다. 그가 의지한 것은 프로야구팀 모두가 가진 데이터였다. 그는 데이터에 기초를 둔 수비 전략으로 만년 하위팀을 3년 연속 챔피언 결정전 진출팀으로 바꿨다. 피츠버그는 누구도 주의 깊게 보지 않던 수비 데이터에 주목했고 메이저리그 최고 팀 반열에 올랐다.
새해가 밝았다. 올해 세계 경기 전망은 녹록지 않다. 미국은 지난해 말 금리를 올리면서 달러 회수에 나섰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 경제를 움직였던 돈이다. 신흥국 경제는 신바람을 내면서 고성장 시대를 즐겼고 우리 기업 역시 그 덕을 봤다. 이런 움직임이 지난해부터 꺾였다. 우리 경제도 그리 밝지 않다. 수출과 내수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어려울 때 빛을 발하는 것은 데이터다. 데이터는 효율과 혁신 기초기 때문이다.
데이터는 한정된 자원을 가장 알맞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나침반이다. 허들 감독이 부족한 자금과 선수로 성과를 냈던 것도 같은 이치다.
이런 사례는 야구에만 있는 게 아니다. 마크 저커버그는 동문 주소록에서 페이스북 창업 첫 걸음을 뗐다. 누구나 흔히 한 권씩 들고 있던 동문 주소록을 그는 네트워크에 연결시키면서 페이스북을 탄생시켰다. 좁은 미국 대학교에서 시작했던 혁명은 미국을 넘어 세계로 퍼져나갔다. 페이스북은 지구촌 10억명이 넘는 사용자 연결 통로가 됐다.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데이터가 금융, 유통, 정보통신(IT) 등 산업과 생활 곳곳을 바꾸고 있다.
새해 국내에서 변화가 두드러질 분야는 600조원 규모에 이르는 금융시장이다. 전통적으로 은행과 카드는 고객 신용 데이터에 기반을 두고 각각 금리 차익과 여신으로 수익을 일궜다. 이런 금융에 올해 인터넷전문은행이 가세한다. 통신 고객 데이터를 쥔 KT와 메신저 고객을 쥔 카카오다. 이들이 가진 무기는 고객데이터 기반 혁신이다. KT는 은행산업에서 통신 고객데이터를 활용한 전략을 편다. 카카오는 메신저와 각종 스마트폰 서비스에서 얻은 데이터로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국경이 따로 없는 유통가는 이미 데이터 전쟁터다.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2017년 글로벌 모바일 결제 금액은 800조원에 이른다. 모바일 지불 결제를 비롯해 유통기업 간 시장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누가 더 정확한 데이터로 고객을 유인할 전략을 짜는지가 성공과 실패를 가른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장치산업은 수율과 미래 수요 예측이 어느 분야보다 중요하다. 신제품 불량률을 낮추고 수요를 파악하는 것이 시장 성패 열쇠다.
드론이나 로봇, 사물인터넷(IoT) 등 신산업은 물론 전통산업인 의료나 자동차, 조선, 철강도 변화와 혁신을 위해 데이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데이터를 정보로 만들고 받아들여 현실에 적응하도록 판단을 내리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컴퓨터와 정보통신(ICT)이 결합한 시대에 데이터는 어디에나 넘친다.
메이저리그 다른 팀도 피츠버그와 동일한 통계 데이터를 쥐고 있었다. 하지만 피츠버그가 성공을 거둔 것은 데이터에 익숙하지 않은 코치진이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데이터 분석가와 머리를 맞댔기 때문이다.
경기 전망이 어두운 새해는 어느 해보다 효율과 혁신이 경영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피츠버그 사례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 대한민국 곳곳에서 데이터를 나침반으로 산업현장과 분석가가 서로 존중하며 새 산업을 만들고 새 시장을 만들길 기대해본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