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해상도(UHD) LCD 패널에 적용된 ‘흰색(W) 픽셀’이 유효 화소인가, 아닌가.’
디스플레이 해상도 측정 국제표준 개정 논의를 앞두고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이 문제를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W 픽셀을 유효화소로 보지 않으면 서브픽셀 개수가 줄어 UHD 디스플레이로 분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논쟁의 발단은 LG디스플레이가 새로운 RGBW 방식을 채택한 ‘엠플러스(M+)’ 브랜드 패널을 내놓으면서부터다. 엠플러스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과 30%가량 전력소모가 적은 4K UHD 패널이다. 이 제품을 보급형 UHD TV에 적용하면서 중국을 중심으로 좋은 반응을 얻어 중급형 제품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인기를 얻자 삼성전자 VD사업부는 “RGBW 패널은 실제 4K 해상도가 아닌 3K에 불과하다”며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에 문제를 제기했다.
삼성은 또 세계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 산하 국제디스플레이측정위원회(ICDM)에 TV 해상도 측정기준 개정도 제안했다. 새로운 기준을 도입하면 RGBW 방식이 4K 해상도로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삼성전자 “W는 유효화소 아니다”
삼성전자 TV사업 담당 VD사업부는 W 픽셀이 밝기를 키우는 것이지 정식 색상을 구현하는 유효화소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LG디스플레이가 상용화한 RGBW 방식은 W 서브픽셀을 추가해 RGB-WRG-BWR-GBW 순서로 화소를 구성한다. 4개 서브픽셀 중 3개에 한 가지 색상이 없다보니 기존 RGB 구조보다 색표현력이 75% 수준으로 낮아 실제 UHD 화질에 못 미친다는 게 삼성 측 주장이다.
삼성전자는 “기술 방식이 문제가 아니라 W를 유효한 서브픽셀로 볼 수 없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W 픽셀이 색상이 더 풍부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ICDM이 각 서브픽셀은 고유 색상을 내야 한다고 정의한 기준에 미치지 못한 것도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LG디스플레이 UHD 패널이 유럽 규격인증기관 TUV라인란트로부터 ‘인증(certificate)’이 아닌 ‘인정(validation)’만 받은 것도 문제라고 언급했다. 기준에 따라 심사를 거쳐 정식 인증서를 받은 게 아니라 새로운 방식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한 ‘용역’을 요청해 검증을 받은 수준이라는 주장이다.
◇LGD “화소수 부족 문제라면 삼성 IT제품 모두 가짜”
LG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 VD사업부가 R(적색)·G(녹색)·B(청색) 3원소를 1개 화소에 모두 담는 RGB 방식만 UHD 해상도라고 주장한 것을 정면 반박했다.
삼성 주장처럼 한 화소에 RGB를 온전히 담아야 제대로 된 화질을 구현한다면 삼성 스마트폰과 일부 태블릿, 노트북에 적용한 펜타일 방식 혹은 다이아몬드 펜타일 방식 모두 RGB 방식보다 해상도가 떨어지므로 결국 가짜 패널을 적용한 셈이라는 주장이다.
전통적 디스플레이 기술은 RGB 3개 서브픽셀이 모두 색상을 발현해 1개 화소를 만든다. 펜타일 방식은 RG-BG-RG-BG 순서로 2개 서브픽셀이 1개 화소를 구현하는 형태다.
펜타일 방식은 전체 서브픽셀 수가 RGB 방식보다 3분의 2 수준으로 적다. 색상과 휘도를 RGB 방식 대비 온전히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삼성전자가 RGBW 방식이 기존 RGB 구조보다 서브픽셀 수가 적어 화질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면 펜타일 방식 역시 서브픽셀이 적어 화질이 떨어지므로 삼성이 홍보한 해상도보다 수준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와 갤럭시노트에 펜타일 방식 패널을 도입했다가 논란이 일자 후속작 갤럭시S2와 갤럭시노트2는 전통 RGB 방식으로 선회했다. 이후 갤럭시노트3에 화소를 직렬이 아닌 다이아몬드 형태로 배치해 곡선 등을 한층 부드럽게 표현하는 다이아몬드 픽셀 방식 펜타일 기술을 도입했다. 이후 갤럭시노트엣지, 갤럭시S6를 비롯해 태블릿과 아티브 일부 모델에 펜타일 방식을 적용해왔다.
RGBW는 발열, 전력 효율성 등 전통 디스플레이 문제를 해결한 새로운 기술로 10년 이상 학계와 업계서 연구해온 신기술이다. 저전력과 밝기에서 전통 RGB 방식보다 유리한 게 강점이다. 삼성전자도 과거 RGBW 방식 패널을 중국에 소량 공급했다가 중단했다.
LG디스플레이는 UHD 특성상 좁은 면적에 화소를 촘촘히 배열하면 전체적으로 밝기가 어두워지는 현상이 발생하므로 별도 W 픽셀을 추가해 UHD 해상도를 구현했다는 설명이다. 백라이트가 아닌 정식 화소로 배치한 만큼 W도 유효화소라고 주장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RGBW는 전통 디스플레이 기술에서 한 단계 진일보한 신기술”이라며 “새로운 기술이 있어야 시장이 성장하는데 경쟁사는 되레 기술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화질 논란과 별도로 올해 시장에서는 RGBW 방식 패널이 중국과 유럽 등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RGBW 방식을 채택하는 새로운 패널 경쟁사도 늘어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내년 UHD 패널 출하량 중 약 22%가 RGBW 방식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