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제국기업 왜 강한가]<3>SW제국 애플의 비밀

‘지난 2분기(4~6월) 세계 스마트폰 시장 영업이익 92%를 독식했다.’-마이크 워클리 캐너코드 제누이티 애널리스트.

애플은 2015년 6월 27일 마감된 2015 회계연도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3분기 매출액은 496억달러, 분기 순이익 107억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매출은 374억달러, 순수익 77억달러다. 총마진율은 39.7%로 전년 동기 39.4%보다 늘었다. 2분기 4753만대 스마트폰을 팔았다. 스마트폰에서 발생한 매출만 313억6000만달러에 달했다. 스마트폰이 전체 매출 중 63%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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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쿡 애플 CEO가 아이폰6S를 발표하고 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정체했지만 애플은 기록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어떻게 스마트폰과 PC를 파는 제조업이 이런 영업이익과 순익을 가져갈 수 있을까. 일반적인 잣대를 들이대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애플의 무엇이 경쟁사보다 높은 이익률을 담보하는 힘인가. 애플을 과연 어떤 종류의 회사로 분류해야 할까. 하드웨어 제조업인지, 소프트웨어 회사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애플은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 에코시스템(생태계)으로 이어지는 3박자를 모두 갖췄다. 가장 잘하는 것은 SW 개발과 에코시스템 형성이다. HW는 이 둘을 팔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가장 잘 조립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외주를 준다. 물론 디자인은 애플이 한다. 스마트폰 시장 침체로 경쟁사 실적은 내리막길이지만 애플은 오히려 탄탄한 수준을 유지한다.

◇SW 먼저 공개하고 에코시스템 형성

지난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애플세계개발자콘퍼런스(WWDC). 애플의 DNA는 SW개발과 에코시스템에서 나온다는 것을 증명하는 자리다. 매년 올해 나올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에 들어갈 운용체계(OS)와 새로운 기능을 먼저 소개한다. 어찌 보면 매우 이상한 전략이다. 가을 아이폰 신제품이 공개되기 전 비밀병기를 모두 설명하는 것과 같다. 경쟁사는 제품 공개 전까지 새로운 기능을 절대 밝히지 않는다. 애플은 이와 다르다. 아이폰 외관이나 하드웨어는 공개하지 않지만 SW적 기능은 모두 미리 공개한다.

최신 iOS를 먼저 알려 개발자가 대처할 시간을 준다. 9월 아이폰이 나오기 전까지 최신 OS에 적응할 시간을 주는 셈이다. 개발자는 이를 활용해 아이폰 신제품 출시 때 맞춰 앱을 개발하고 전략을 짠다. iOS 완성도를 높이며 동시에 앱 생태계를 확보하는 전략이다. 신제품이 나온 후 앱 생태계를 구성하는 경쟁사와 가장 차별화된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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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아이폰과 애플워치

애플은 지난해 11월 애플워치에 특화된 앱을 만들 수 있는 ‘워치킷(Watchkit)’을 배포했다. 애플은 워치킷 사이트에서 프로그래밍 가이드, 휴먼 인터페이스 가이드라인, 템플릿 등을 제공했다. 애플워치 출시 전부터 개발자에게 대응할 시간을 준 셈이다. 이는 바로 생태계 효과로 나타났다. 안드로이드 스마트워치용 앱이 4000개 수준인데 반해 더 늦게 시작한 애플워치 전용앱은 1만개에 달한다.

◇미래 시장 진출도 SW부터

애플의 주요 매출원은 여전히 아이폰과 맥북이다. 그러나 애플 전략을 들여다보면 미래가 보인다. 자동차와 헬스케어, 사물인터넷(IoT) 시장으로 진출을 꾀한다. 무턱대고 제품을 내놓지 않는다. 자동차나 헬스케어용 SW를 내놓고 생태계 조성을 시작했다. 애플은 서서히 생태계를 만들며 시장을 조사하다 시점이 되면 사업을 본격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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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아이폰 경험을 자동차로 옮기는 `카플레이`

애플은 자동차 시장을 노린다. 바로 ‘카플레이(Car Play)’다. 카플레이는 아이폰 경험을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옮긴다. 아이폰에 익숙한 인터페이스를 차에서도 쓰게 만든다. 카플레이는 여러 가지 운전상황에 대응하게 설계된 ‘시리’ 음성 컨트롤이 들어있다. 운전 중에 필요한 앱을 새로 디자인해 눈은 운전에 집중하며 조작할 수 있다. 이미 카플레이를 적용한 자동차 제조사는 34곳에 달한다. 자동차 인포테인먼트를 시작을 스마트카 시장까지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다른 분야는 헬스케어다. 노령화 시대가 되며 헬스케어 산업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졌다. 애플은 지난 6월 WWDC에서 ‘헬스킷’과 ‘홈킷’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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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헬스킷은 매일 일일이 체크해야 했던 체온을 애플워치에서 자동으로 처리한다.

헬스킷은 개인의 건강 정보 데이터를 저장하고 집중하는 애플의 프레임워크다. iOS와 사용자간 인터페이스를 제시한다. 애플은 글로벌 임상시험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는 ‘리서치킷’도 선보였다. 애플은 헬스킷과 리서치킷으로 iOS의 헬스케어 시장 진출을 꾀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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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윌리엄스 애플 오퍼레이션 담당 수석 부사장은 “리서치킷은 전 세계 과학 연구기관이 각지의 다양한 인구에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다”며 “이전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데이터를 수집한다”고 말했다.

IoT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홈킷은 홈네트워킹 플랫폼이다. 인터넷과 연결되는 가정용 제어 기기의 두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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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퍼티노에 위치한 애플 본사.

샌프란시스코(미국)=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