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3주년 특집 Let`s SEE Emerging] 감정인식까지...로봇 인류의 미래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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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감정을 인식해 말을 하고 고객을 응대할 수 있는 로봇이 공개됐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선보인 이 로봇은 실제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있다. 지능형 로봇 개발의 비약적 발전을 보여주는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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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제조 산업용 로봇 도입 현황 및 전망 (단위: 대수) 독일 대한민국 일본 북미 중국 (자료: 국제로봇연맹)

로봇 기술은 빠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공장은 물론 서비스업까지 로봇이 적용되며 시장 수요도 성장 중이다. 월드로보틱스는 개인용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가 지난 5년 사이 연평균 30% 커졌다고 밝혔다. 이에 각국은 로봇 시장 기술 선점에 주력한다.

◇일본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로봇은 단연 소프트뱅크 페퍼다. 프랑스 로봇 기술업체 알데바란과 공동 개발했다. 페퍼는 세계 최초의 감정 인식 로봇으로 인간과 함께 생활하면서 감정을 축적하고 학습하는 기능을 가졌다. 두 개의 카메라, 네 개의 마이크, 통신 기능을 탑재해 일상 생활에서 얻은 정보를 클라우드에 업로드한다. 움직임을 최적화하기 위해 스마트폰과 같이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다. 클라우드 컴퓨터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스스로 성장한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대표는 “로봇이 마음을 가지고 페퍼가 가족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길 바란다”며 발표회장에서 페퍼와 농담을 섞어 대화하는 장면도 연출했다. 생일을 맞이한 출연자에게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주는 이벤트로 청중 관심을 더 높였다.

페퍼는 지난 7월 일반에 판매를 시작한지 1분 만에 1000대가 매진됐다. 한 달 판매분이 순식간에 모두 매진된 것이다. 페퍼는 이후 다양한 산업 현장에도 적용되고 있다. 특히 노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복지, 요양 산업에 투입을 서두르고 있다. 제품은 일본 가와사키시 노인 요양시설에 투입됐다. 시간당 1500엔 수준에 렌탈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본 후쿠오카에서는 서일본 철도 등 서비스업에 투입됐다.

인간형 로봇 연구에 열을 올리는 일본 대기업뿐 아니라 정부 역시 제조와 서비스 현장 생산성 향상을 위해 로봇 개발에 적극적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로봇 개발 지원을 위해 15억엔에 달하는 개발 기금을 조성하고 있다. 로봇을 개발하는 기업에 한해 전체 비용 2분의 1에서 3분의 2 가량을 지원한다. 2~3년 후 상용화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목표다.

지난 8월 일본 정부는 로봇 개발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자동차 부품과 의료, 물류에 적용할 로봇을 개발하는 기업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보조금은 약 5억엔으로 지원 대상을 모집할 계획이다.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통신연구기구(NICT)는 사람의 뇌를 흉내 낸 회로 기술을 이용한 딥러닝 기술로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고 있다고 밝혔다. 빅데이터를 이용해 장시간 훈련을 거친다. 기존보다 30% 정도 높은 이미지 처리 능력과 오류율이 15%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후 진화를 계속해 5%까지 오류율을 낮춰 인간과 동일한 정도를 구현했다.

◇미국

미국은 인공지능 기술 개발과 응용에 가장 발빠르게 나선 국가다. 미국 IBM이 개발한 왓슨은 빠른 연산 처리 능력과 인공지능 기술이 강점이다. 자연어 처리와 자동화된 데이터 선별 등으로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이고 있다. 왓슨 개발에는 압도적으로 늘어난 빅데이터 힘이 있었다. 방대한 데이터 정보가 인공지능 개발에 영향을 끼쳤다. 고급언어 처리나 컴퓨터 학습 능력 개발과 맞물리며 위키피디아 등 사이버 공간에 축적된 다양한 지식은 왓슨 개발 성장 속도를 높였다.

왓슨은 의료나 금융 산업에서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데이터를 이용해 답을 찾는 과정에 있어 왜 그런지와 어떻게 할지에 대한 복잡한 질문에도 답을 할 수 있다. 실제 적용된 암 치료 분야에서는 폐암, 유방암, 전립선암 등에 단계적으로 답을 도출하며 치료법을 찾고 있다. 미국 메모리얼 슬론케터링 암센터에서는 약 1년간 실증 실험을 진행했다.

미국 아마존은 물류 자동화에 로봇을 활용하기 위해 기술 개발을 장려하고 있다. 자동화 기술을 겨루는 로봇대회도 연다. 지난 2012년에는 로봇 벤처를 인수해 자동 주행하는 선반을 구현하고 선반에서 제품을 꺼내는 작업마저 자동화 하기 위해 첨단 기술을 수집하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경진대회에서는 상품을 파악해 선택하고 이미지를 인식하는 시스템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로봇 팔 기술도 주목 받았다. 아마존은 대회에 나온 기술을 오픈 소스로 일반에 공개할 계획이다. 물류 로봇 개발과 함께 드론 등 다양한 물류 산업 혁신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유럽

독일은 제조용 산업 로봇 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제조업 개혁을 위한 또 다른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인더스트리 4.0의 중심에 로봇 개발 사업이 있다.

독일 로봇제조사 쿠카는 인더스트리 4.0에 맞게 사업 영역을 다양한 산업으로 넓히고 있다. 지금의 변화가 로봇 시장을 확대하고 다양한 사업 기회를 열어줄 것이란 전망한다. 독일을 비롯해 일본 등 선진국 기능 노동자 감소와 중국 등 신흥국 인건비 상승은 로봇 수요를 크게 확대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틸 로이터 쿠카 사장은 “모든 제조업이 업종을 뛰어넘어 협력하는 인더스트리 4.0은 기회”라며 “생산현장이 로봇 등 IT가 결합돼 생산 공정은 보다 유연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쿠카는 현재 생산 공정에서는 인간과 로봇이 나눠 작업하고 있지만 생산라인에서도 로봇이 로봇과 협력하는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덴마크에서는 유니버셜 로봇이 제조용 산업 로봇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기존 산업용 로봇이 무겁고 크고 고정돼 한 역할만 하는 것과 달리 유니버셜 로봇 제품은 탁상용으로 만든 작은 모델부터 다양하다. 탁상용 UR3는 무게가 11㎏에 불과하다. 규모가 작은 중소업체에도 적합해 신시장을 개척했다.

설비 가격도 낮췄다. 저가 모델은 약 3000만원 수준에 설치할 수 있어 투자 회수 기간도 평균 200일 수준이다. 다양한 크기로 제품을 개발해 중소기업뿐 아니라 폴크스바겐이나 BMW 등대형 공장에도 제품을 도입했다.

◇중국

제조업 세계 굴뚝으로 불리는 중국은 로봇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세계 최대 로봇 시장을 넘어 로봇 기술국으로 발돋움하는 모습이다. 중국 정부는 로봇 분야를 중점 개발 산업으로 채택, 중국 제조업 재도약을 이끌겠다는 목표다.

중국 제조용 산업 로봇 시장은 지난해 기준 전년 대비 54% 증가했다. 세계 시장 판매량 중 4분의 1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크다. 빠른 수요 확대에도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공장 노동자 1만명당 로봇대수는 약 30대로 독일 대비 10분의 1수준이다.

중국은 값싼 노동력에 의존해 저렴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시장 성장에 앞서 국가적으로 로봇 연구개발을 강화해 육성시킬 필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중국은 자국 기업이 생산한 제조용 산업 로봇 내수 시장 점유율을 절반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5월 로봇 등 중점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중국 제조 2025’ 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중점 산업에 대한 금융, 세제 구조를 완화한다. 2020년까지는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 있는 로봇업체 세 곳을 비롯해 협력 생산이 가능한 로봇 산업 클러스터를 8곳 가량 만들 계획이다.

같은 중화권에 속한 대만 폭스콘은 이미 로봇 분야에서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 청두에 위치한 100% 로봇 자동화 공장을 비롯 중국 내 폭스콘 생산라인 상당부분을 자체 개발 기술 로봇으로 자동화했다. 최근에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일본 소프트뱅크 페퍼 생산도 시작했다. 중국 알리바바와 함께 해당 사업에도 투자했다.

<세계 제조·서비스용 로봇 시장 추이 (자료=한국로봇산업협회, 단위=억달러)>

세계 제조·서비스용 로봇 시장 추이 (자료=한국로봇산업협회, 단위=억달러)

<2025년 국가별 제조용 산업 로봇 인건비 절감률 전망 (자료=국제로봇연맹, 단위=%))>

2025년 국가별 제조용 산업 로봇 인건비 절감률 전망 (자료=국제로봇연맹, 단위=%))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