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능력을 갑절로 키웠다. 정철길 사장 취임 후 첫 번째 투자다. 늘어나는 중국·우리나라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선택으로 오는 2017년까지 중국 내 1위 전기차 배터리 업체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SK이노베이션은 29일 충청남도 서산에 위치한 전기차 배터리 공장 설비를 기존 대비 갑절 규모로 증설하는 공사를 완료하고 본격 상업생산에 돌입했다. 이번 증설로 배터리 생산능력은 연 300㎿h에서 배 이상인 700㎿h로 늘었다. 이는 전기차 약 3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배터리 양이다. 기존 대전 GT(기술원) 내 100㎿h를 포함해 연산 총 800㎿h 설비를 갖췄다. 국내외 배터리 수요 확대에 따라 추가 증설에도 계획하고 있어 곧 연산 GWh대 진입도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번 증설은 기아자동차 전기차 ‘쏘울EV’와 중국 베이징자동차 전기차 ‘EV200’ ‘ES210’에 들어갈 공급물량 증가에 따른 선제적 조치다. 100% 가동률에 24시간 풀가동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1월 베이징전공, 베이징자동차와 손잡고 ‘베이징 BESK테크놀로지’를 설립했다. APEC 행사 차량으로 선정된 베이징자동차 ‘ES210’과 베이징시 택시 및 일반 판매용 차량으로 활용 중인 ‘EV200’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올해 중국 자동차업체에 하이브리드 버스용 배터리 공급을 추진하는 등 중국 내 수주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이 2020년까지 누적 기준 500만대 전기차를 보급하는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고 베이징 BESK테크놀로지를 발판으로 2017년 중국 내 1위 전기차 배터리업체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내걸었다.
우리나라 내수시장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등록대수 1056대로 우리나라 보급 전기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아차 레이EV와 쏘울EV(385대 등록)를 더하면 내수 전기차(2703대) 중 절반 이상이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탑재했다.
서산 배터리공장 증설은 정철길 사장이 올해 초 SK이노베이션 CEO로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투자 결정한 사업이다.
정철길 사장은 최근 B&I 사업부 임직원에게 “당장 손해를 봐도 사업을 밀고 나가라”며 배터리사업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해 적자를 기록하는 어려운 경영 여건에서도 신사업에 투자를 결정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전기차 시장 성장성과 배터리 기술력 확신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수년 내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공급을 추월하며 폭발적 성장세를 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유석 SK이노베이션 배터리마케팅사업부장(상무)은 “현재 수요보다 공급이 많기 때문에 대다수 기업이 손실을 보고 있지만 2018년경 수급 균형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하며 “2020년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64GWh를 넘어선다는 예측에 따라 경영진도 선제 투자를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와 내년 전기차 시장이 유의미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며 “품질, 고객사를 유지하면서 최적 규모로 적시에 신규 투자를 진행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대 SK이노베이션 B&I 총괄은 “올해 현대·기아자동차, 베이징자동차 등에 총 2만여대분 배터리를 납품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며 “생산과 운영효율 극대화로 기존 파트너와 협력관계를 강화하면서 차별화한 기술력과 성능으로 국내외 배터리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산(충남)=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