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위기에 내몰린 중견 FPCB 업계, 생존 희망 찾아라

연성회로기판(FPCB) 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매출 2000억원대 중견기업이 최근 부도로 문을 닫았다. 다른 선두권 업체도 하반기에 대기업 물량을 수주하지 못하면 존폐 위기에 내몰릴 판이다. 후방기업까지 여파가 미쳐 외주와 하도급을 하는 수백개 협력업체까지 흔들리고 있다. 관련 기업이 몰려 있는 공단에는 연쇄부도설이 퍼지면서 분위기가 싸늘하다.

과잉투자가 위기를 불렀다. 2~3년 전 스마트폰 활황기에 수요 확대를 기대하고 무리하게 시설 투자를 늘린 것이 화근이었다. 수요가 줄자 재고가 늘고 라인은 가동을 멈췄다. 고객사는 예상보다 스마트폰 판매가 늘지 않자 물량을 자본력이 탄탄한 협력사에 몰아줬다.

올 상반기 FPCB 시장이 회복세로 돌았지만 물량이 상위 업체에 쏠리면서 후발업체에는 그림의 떡이 됐다. 상위 업체는 실적 회복으로 훈풍이 불고 있지만 후발업체는 생존 위협까지 받고 있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면서 일각에서는 FPCB 업계 구조조정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문제는 줄도산 위기에 내몰린 수백개 협력업체다. 지난해 시장 하락으로 한 차례 인력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체력이 바닥난 상태라 이번 위기를 넘기기 어려운 상황이다. 스마트폰 등 ICT기기 성장판 역할을 하던 중국마저 시장 수요가 줄고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 역시 혹독한 경쟁상황에 직면했다.

실낱 같은 희망은 남아 있다. 3분기에 주요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출시되고 보급형으로 내놓는 중저가 스마트폰도 대거 등장하면 FPCB 물량이 늘어난다. 상위 기업이 소화하지 못한 물량을 수주한다면 한숨을 돌릴 수 있다. 어렵다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 한번 주저앉으면 그대로 끝이다. 시설 매각 등으로 과잉 투자로 키운 몸집을 빨리 줄여야 한다. 특정 대기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새로운 수요처도 서둘러 발굴해야 한다. 생존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제 남 탓만 할 때는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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