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창업보육센터는 국립대나 사립대 모두 예비 창업자를 발굴·양성하는 공익 목적 사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단지 국립대가 아니라는 이유로 사립대 창업보육센터에만 재산세 부과를 기정사실화한 대법원 판결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창업보육센터 지정권을 정부에 반납할 수밖에 없습니다.”
계형산 한국창업보육협회장의 어조는 결연하고 단호했다. 지난 5월 내려진 대법원 판결을 지켜보고 나서다. 대법원은 3년여 가까이 끌어온 한국산업기술대와 시흥시 간 법정싸움에서 서울고법 2심 판결을 뒤집고 재산세 부과를 주장한 시흥시 손을 들어줬다.
계 회장은 “대법원 판결로 전국 사립대 창업보육센터 관계자 1000여명은 하루 아침에 부동산 임대업자로 전락했다”며 “그간 사명감을 갖고 어려운 환경에서 묵묵히 업무를 수행해 온 관계자 상심감과 자괴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전했다.
대법원 판결은 대학가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대학 입장에서는 정부가 창업보육사업을 임대사업으로 취급하니 굳이 센터를 운영해야 할 명분이 사라졌다. 여기에다 취득세, 부가세 등 추가 세금 폭탄이 줄줄이 예견돼 상황은 더 안좋은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실제 얼마 전 경기도 지자체는 권역 사립대 창업보육센터에 부가가치세 납부 고지서를 발송, 재산세가 아닌 또 다른 형태의 세금 부과를 현실화했다.
계 회장은 “대법원 판결대로라면 중기청 등 정부는 지난 20여년 가까이 국가 예산을 임대업자에게 밀어준 셈”이라며 “국가가 임대업을 하라고 시설까지 지어주고는 행정부 등 또 다른 정부기관이 세금을 내라고 하는 것은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창업보육협회는 최근 전국 170여개 대학 창업보육센터로부터 법 개정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모았다. 교육부 법령에 창업보육센터 사업을 대학 고유목적 사업으로 구체적으로 명시해 공익목적사업인 창업보육사업에 재산세 등 조세 부과가 되지 않도록 해 달라는 것이다.
최근 열린 창업보육협회 임원 워크숍에서도 이 같은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
계 회장은 “조만간 국무총리실과 행정자치부 등 정부 부처 관계자를 만나 탄원서를 제출하고 국회에도 법 개정 필요성을 알려 의원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협회 임원진은 만약 탄원서 제출이나 입법 과정에 진전이 없다면 창업보육센터 반납 운동을 전개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계 회장은 “지난 15년간 국가 창업기반 구축을 위해 수천억원을 투자한 국가가 고작 수십억원 재산세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사립대 창업보육센터에 재산세를 부과하는 것은 창업활성화 등 창조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창업보육사업에 대한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