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19>신용한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

유행어는 시대를 반영한다. 삼포(三抛)세대와 오포세대, 칠포세대라는 말은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의 소리 없는 아우성을 대변한다. 청년이 연애와 결혼, 출산, 인간관계, 내 집 마련, 취업, 희망을 포기한다면 국가 미래는 어둡다. 청년 취업난 해소를 위한 정책묘수(妙手)는 정녕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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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한 청년위원장은 "창조경제 핵심은 청년 창업"이라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청년 일자리 관련 법안을 국회가 조속히 통과시켜 달라"고 강조했다. 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신용한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을 지난 5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무실에서 만나 청년 취업난 해결책을 들었다. 그는 청년 일자리 창출과 인재양성, 해외 진출, 청년 복지 같은 정책 실현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집무실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청년 통계자료 현황판이다. 한쪽 벽에 통계로 본 청년현황이란 제목 아래 청년 연간 고용률과 실업률 같은 12개 분야별 현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해 놓았다.

신 위원장은 “창조경제 핵심은 청년창업이다. 많은 사람이 청년을 잘 안다고 하는데 청년 일자리 전문가나 청년과 소통하는 전문가는 없다”며 “청년 문제는 곧 부모 세대 문제다. 국민 대타협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위원장은 “최근 국민연금과 공무원 연금, 노사정 논의 과정에 미래 세대인 청년들의 의견은 없었다”며 “앞으로 이런 논의에 당사자인 청년이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위원장은 2006년부터 청년과 대학생, 예비창업자들과 ‘점프 투게더’라는 멘토링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일대일로 고민과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청년들이 스스로 진로를 결정하도록 돕고 있다.

-인연 맺은 청년들이 몇 명이나 되나.

▲일대일로 인연 맺은 멘티(mentee)만 264명이다. 단체로는 1000명이 넘는다. 올해로 10년째다. 이들은 기업체 과장부터 회계사, 변호사, 공직자로 다양한 분야에서 일한다. 창업자 그룹과 취업자 그룹으로 나뉘어 있다. 이제는 체계가 멘토-서브멘토-멘티로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올해 11명과 새 인연을 맺었다.

-어떻게 운영하나.

▲3년이 지나자 이들이 자체 정기 모임을 갖기 시작했다. 여름과 겨울에는 무박(無泊)으로 밤새 현안을 놓고 토론한다. 올해만 5회째다. 청년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게 중요하다. 멘토의 어원은 전장에 나가면서 자식을 맡기는 것에서 출발했다. 힐링(치유)에 그치는 게 아니라 경험을 공유해 스스로 길을 찾게 한다. 멘토링은 소통과 교감이 핵심이다. 나는 원칙이 있다. 충고나 조언을 하지 않고 경험만 공유한다. 이렇게 해보라는 말은 안 한다. 최종 결론은 그의 몫이다. 그동안 지켜보니 청년들이 스스로 내린 결론은 행동으로 옮겼다. 충고하면 마음을 닫는다.

(그는 이런 소통방식을 ‘조언이 아닌 경험 나눔(Non advice, Only experience sharing)’이라고 표현했다.)

신 위원장은 장관급이다. 그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집안이 가난해 중1 때는 네 살 동생을 데리고 양식을 구하러 다녔다. 역경을 딛고 청주고등학교, 연세대 경영학과와 법학과를 졸업했다. 연세대 법학대학원에서 경제법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인크루트 사외이사와 극동유화그룹 최연소 회장실 사장인 우암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다. 이후 맥스창업투자 대표이사에 이어 현재는 지엘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승승장구하던 그도 벤처사업을 시작, 두 번이나 실패해 가족이 길거리에 나앉을 뻔했다. 이후 청년문제에 관심을 가져 멘토링 활동을 시작했다. 대학 초빙교수, 언론사 경제 칼럼니스트, 청년창업멘토링협회 총회장으로도 활동했다. 청년위원회 일자리 분과위원장을 거쳐 지난해 10월 2기 청년위원장에 임명됐다.

-올해 역점사업은.

▲발등의 불인 일자리 창출과 창업환경 개선, 인재양성에 역점을 두고 있다. 정책의 80%는 청년일자리 현실개선이고 20%는 청년주거와 복지, 대학생 등록금, 취업진로에 도움을 주는 정책발굴이다. 창조경제 확산을 위해 창조경제 오감만족체험단을 운영하고 청년장사꾼 창업도 지원한다. 지난해 10월 대학원생 권리장전도 선언했다. 위원회는 자문기구여서 예산권이나 집행권이 없다. 이에 따라 위원회 차원에서 청년 정책을 모니터링해 대통령께 건의하고 관련부처와도 협의를 하고 있다.

-청년 실업이 어느 정도인가.

▲지난 4월 말 현재 청년실업률이 10.2%다. 청년고용률은 41.1%로 작년 40.7%에 비해 다소 좋아졌지만 자발적 구직포기자는 모수에 잡히지 않는다. 취업현실은 통계보다 훨씬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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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원인이 뭐라고 보나.

▲산업 구조와 노동시장 구조, 교육 구조 문제라고 본다. 경제는 발전하지만 고용은 늘어나지 않는다. 국내 대기업도 제조 기지를 해외로 옮긴다. 청년층이 선호하는 대기업이나 공공부문 일자리는 증가하지 않는다. 노동시장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이중구조다. 시간당 임금이 대기업 정규직이 100이면 비정규직은 65.6%, 중소기업은 53.8% 수준이다.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36.7%다. 현실이 이런데 청년들이 대기업을 선호하지 않겠나. 대학진학률은 70.9%다. 높은 교육열이 나쁜 게 아니다. 문제는 부모의 기대심리, 보상심리다. 독일 대학진학률은 53%다. 올해 1월 특성화고 취업률이 대학을 앞질렀다. 대학에 가지 않고 먼저 취업해 일하다가 대학에 진학하는 일학습 병행제도를 확대해야 한다. 대학도 산업체 수요에 맞게 직무역량 중심 교육을 해야 한다.

-청년 취업난 어떻게 해야 하나.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핀테크나 헬스케어, 콘퍼런스산업 같은 서비스산업에서 대안을 찾을 수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9개 법안 중 5개가 청년일자리 관련법이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크라우드 펀딩법, 관광진흥법 개정안, 자본시장법 개정안,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이다. 크라우드 펀딩법은 5년 안에 1조원을 펀딩하고 일자리 5만개를 만들 수 있다. 국회가 고용창출 효과가 큰 이런 법을 빨리 처리해 주기 바란다. 청년 해외진출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카타르항공은 한국 승무원이 전체 6000명 중 1000명이 넘는다. 대·중소기업 임금격차를 해소해 청년이 중소기업으로 가도록 해야 한다. 임금 피크제를 도입하면 일자리가 늘어난다. 공기업부터 시행해야 한다. 이를 위한 사회적 대타협이 시급하다.

-청년들의 스펙 쌓기를 보는 시각은 어떤가.

▲불필요하고 과도한 스펙 쌓기는 바람직하지 않다. 요즘 대기업은 직무역량을 가진 직원을 채용한다. 스펙은 자신을 보여주는 관점이다.

-국가 현안 논의에 청년들이 빠져 있다는 지적이 많은데.

▲사실이다. 지난 4월 무산된 노사정 대타협 논의나 공무원연금, 국민연금 개혁 논의에 청년은 빠져 있다. 연금개혁은 미래세대인 청년들이 짊어져야 할 부담을 결정하는 일이다. 청년들이 논의주체로 들어가야 한다. 2060년이면 한 사람이 1.1명을 부담해야 한다. 연금개혁을 위해 독일은 ‘세대 간 형평성위원회’를, 스웨덴은 ‘국민대타협위원회’를 구성해 개혁을 이룩했다. 우리도 청년이 참여하는 상시기구를 구성해야 한다.

-창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는.

▲지금은 부모 91%가 창업을 걱정한다. 실패 시 신용불량자로 전락한다. 사회적 낙인도 무섭다. 창업선호지수가 미국은 77%인데 우리는 36%다. 재기창업 펀드나 패자부활 펀드 같은 창업재기를 지원하는 제도를 도입해 창업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실패도 자산이다. 입증한 실패는 스펙으로 인정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한국이 창업 강국으로 발전한다.

-대중소기업 상생은 어떻게 해야 하나.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대·중소기업 간 성과 배분과 같은 상생협력이 중요하다. 하도급기업에 대한 원가 후려치기 같은 불공정거래나 대금 미지급 기업 처벌을 강화하고 상생협력 대기업 세제혜택 방안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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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창업자에게 조언을 한다면.

▲100세 시대 창업은 필수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퇴직 후 창업을 생각해야 한다. 직장은 최고 창업학교다. 창업에 성공하려면 기본을 지켜야 한다. 다섯 가지가 있다. 확실하고 보수적인 사업계획서 작성, 자금 조달 계획과 행정 절차 확인, 객관적인 사업 타당성 확인, 경영능력과 회계 지식 습득, 감당할 수 있는 규모에서 역량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 청년은 경험이 부족해 사업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창업자는 늘 최악의 상태를 가정해야 한다. 잘나가는 삼성그룹은 늘 위기상활을 전제로 경영을 한다.

-좌우명과 취미는.

▲서산대사의 답설가(踏雪歌)다. “눈 내린 들판을 걸을 때 그 발걸음을 어지럽히지 마라, 오늘 걸어간 발자취가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라”는 뜻이다. 김구 선생이 남북회담을 하러 삼팔선을 넘으며 읊었다고 한다.

그는 운동에 만능이다. 골프는 언더파도 기록했다. 글쓰기와 음악도 수준급. 그가 작사한 ‘점프 투게더’는 조만간 음원시장에 발표한다.

신 위원장은 ‘위기가 오기 전에 플랜B를 꺼내라’와 ‘동업하자’에 이어 최근 ‘대한민국 청년 일자리 프로젝트’라는 저서를 펴냈다. 그는 달변에다 기억력이 비상했다. 청년 관련 통계치를 소수점 이하까지 틀리지 않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청년에게 “합리적인 포기를 연습해야 한다. 내 마음에 꼭 드는 회사는 이 세상에 없다. 좋아하는 것보다 잘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현덕대기자 hd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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