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연구소기업 다음 단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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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특구 콜마비앤에이치 시가총액이 코스닥 상장 5개월 만에 1조2000억원에 다다랐다.

2000년 벤처 창업 붐 시절 품었던 ‘대덕의 꿈’이 15년 만에 실현됐다.

그렇다고 대덕이 창업 분위기를 탄 건 아니다. 벤처 붐 당시 연구원 수백명이 창업전선으로 뛰어들었다 빈털터리가 된 학습효과 때문이다. 연구원들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지켜만 보고 있다.

콜마비앤에이치 주가 폭등으로 연구원들 눈초리는 누가 얼마를 받는지에 쏠려 있다.

콜마비앤에이치 지분은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콜마홀딩스 등이 나눠 갖고 있다. 원자력연은 16.44%를 갖고 있다. 이 지분대로라면, 원자력연 몫은 시가총액 1조2000억원 가운데 2000억원가량 된다. 이 중 50%는 규정에 따라 기관이 갖고, 10%는 기여자에게 배분한다. 나머지 40%는 과제 수행자 몫이다. 800억원 정도 된다.

물론 800억원 가운데 40%는 소득세 등 세금으로 지출해야 한다. 그래도 480억원 정도를 공동 연구한 10명 정도가 나눠 갖는다.

연구소기업으로는 전국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나누는 일도, 향후 가야 할 길도 모두 처음이다. 연구소기업 개척사를 쓰고 있다.

연구소기업으로 성공하기까지 콜마비앤에이치가 걸어온 길은 가시밭길이었다. 2006년 연구소기업 1호 등록은 억지가 있었다. 2004년 이미 연구원 창업 상태였기 때문이다. 다단계 마케팅 전략 구설수에 시달리기도 했다.

원자력연 초기 지분이 40%일 때 2차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못한 속내도 있었다. 금융감독원이 기업 실패에 따른 투자자 손실을 지나치게 걱정해 포기해야만 했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그 때문에 원자력연은 지분이 16.44%로 쪼그라들어 2800억원가량을 눈 뜨고 날린 셈이 됐다.

콜마비앤에이치 성공요인은 단순하다. CEO 경영 마인드와 제품을 파는 방법을 알았다. 기업이 성공하는 데 갖춰야 할 가장 기본 조건이다.

콜마 성공으로 대덕 벤처 생태계 구성 방식에 대한 논의가 다시 나온다. 연구소기업을 관장하고 있는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은 ‘콜마 성공’이 대덕벤처 생태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대덕밸리에서는 창업한 뒤 보육과정을 거쳐 코스닥까지 여럿 보냈다. 하지만 그 뒷단은 완성하지 못했다. 대덕동네 사람들은 벤처 생태계 뒷단을 이번 기회에 완성하자고 한다. 내세운 모델은 엔젤투자자인 KAIST 출신 김철환 카이트 창업가재단 대표다. 김 대표는 전자종이 제조업체를 팔아 번 돈 100억원을 벤처에 투자하고 있다. 카이트처럼 창업기업에 투자하는 지주회사를 만들자는 것이 골자다.

벤처 생태계 선순환 구조가 완성되면, 정부가 감 놔라 대추 놔라 할 필요도 없어진다.

실리콘밸리에서는 기업 하나가 만들어져 성공하기까지 평균 50회 이상 인수합병(M&A)이 이루어진다. 돈이 돌고 돌아야 벤처 창업이 활성화된다. 대덕에서 ‘엔젤 체인’을 만들자. 그리고 전국으로 확산하자.


박희범 전국취재팀장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