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사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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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온 나라가 북새통이다. 리스트에 오른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했다. 국정 업무가 또 마비됐다.

어수선한 탓인지 그 와중에 웃지 못 할 해프닝도 벌어졌다. 성완종 리스트에 포함됐다는 소문이 나온 의원을 사칭한 문자메시지가 돌았다. 해당 의원이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며 검찰에 유포자 처벌을 요구했다는 내용이다. 의원이 억울한 마음에 보냈을 법한 문자다. 알고 보니 의원을 사칭한 이가 보낸 문자였다. 의원을 도와주려고 한 것인지, 아니면 소문을 퍼뜨리려 악의적으로 한 것인지는 알 도리가 없다.

이완구 총리 측근이 지역 기자를 사칭해 종편방송 인터뷰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기자 행세를 하며 이 총리에 유리한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최근 청와대에서도 사칭으로 인한 작은 소동이 있었다. 한 정부 유관기관에 청와대 A비서관을 사칭한 전화가 걸려왔다. 아무개가 찾아갈 것이니 잘 도와주라는 지시(?)였다. 전형적인 고위 인사 사칭 전화다.

조금 과장하자면 정부 유관기관에 청와대는 하늘같은 곳이다. 거기서 전화가 왔으니 무시하기는 힘들다. 자칫 사기꾼이 한몫 챙길 뻔했다. 거짓말은 금방 들통이 났다. 기관에 A비서관을 잘 아는 인사가 있어서 확인이 가능했다.

사칭은 주로 사기꾼이 뭔가를 도모하기 위해 쓰는 수단이다. 그럴싸한 신분과 직위를 자신에게 갖다 붙이고 이권에 개입하거나 압력을 행사한다. 그렇다 보니 정부 고위 인사 사칭이 단골 메뉴다.

사칭은 어수선한 시국이거나 상호 간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을 때 자주 일어나고 성공률도 높다. 반대로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고 사회가 투명하면 사칭을 접하기도 힘들고 성공률 또한 낮다. 나라가 안정을 되찾아 사칭이 사전 속 단어로만 기억되면 좋겠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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