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곡의 4월 16일이 다시 온다.
미안하다는 표현만으론 1억분의 1도 못 채울 죄스러움이 대한민국에 가득하다.
노랗게, 하얗게 지천에 피어난 꽃만 봐도 어린 생명의 부활인 듯 안타깝고, 또 안타깝다.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희생자를 위한 것인지 노란리본 아이콘은 SNS에 가득하지만, 그걸 보는 사람의 눈은 넋 나간 듯 무덤덤하다. 세월호가 7000톤의 무게로 할퀸 우리 마음의 상처는 1년이 지난 지금도 아물지 않았다.
못난 어른들은 1년 내내 싸웠다. 안전을 국시처럼 내걸고도 비슷한 대형 사고를 몇 차례 더 겪었다. 총리가 바뀌었고, 국민안전처가 새로 출범했지만 대한민국 꺾인 기는 좀체 살아나지 못했다. 오히려 더 깊은 나락으로 빠져드는 것 아닌지 다들 걱정이다.
1년을 아들·딸 잃은 통한의 하늘을 이고 살았을 희생자 부모뿐 아니라 5000만 국민 모두가 힘든 나날이다. 소비는 꽁꽁 얼어붙었고, 기업도 금고를 끼고 돈 풀 생각을 안 한다. 사람도 기업도 생명체다 보니 당장 내일 땟거리가 걱정이다.
‘다이내믹 코리아(Dynamic Korea)’란 슬로건이 좁은 국토와 자원, 적은 인구 문제를 다 덮고도 남을 가능성으로 빛나던 때가 우리에게 있었다. 뭐든 맘만 먹으면 이뤄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래서 민주화도, 경제성장도 가능했다. 이젠 외국인들이 한국을 ‘독특하면서도 재미있는 나라(Unique Country)’라며 열광하고 찾는다.
그러던 우리가 ‘가라앉는 대한민국(Sinking Korea)’에 직면했다.
예전에 그랬다. 핀란드보다 큰 제국 노키아를 보며, 소니란 거함의 일본 경제를 보면서 우리는 혀를 찼다. 그랬던 우리가 이제 딱 그 형국에 다다라 있는 것 아닌가.
제로(0) 금리를 향해 떨어지는 금리 추세나, 기업 투자 위축 등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쫓아가는 게 분명해 보이는데도 경제정책 지휘자들은 “아니다. 나를 따르라”고만 외친다.
코스피 부활, 부동산 회복은 일종의 묶인 돈 흐름이다. 산업과 시장을 들썩이게 만드는 성질의 돈이 아니다. 코스피 지수와 부동산 실거래수를 아무리 떠들어봐야 약발이 안 받을 수 밖에 없다.
경제흐름은 심리 승부다.
기업이 돈을 풀 수 있는 확신과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게 지금 경제정책으로선 가장 시급한 일이다. 총리와 부총리가 누가 장관이고, 누구에게 통할권이 있는지 국민은 관심 없다. 기업이 할 수 있는 정상적인 투자라도 빨리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면 그게 답이다.
국민 어깨에 얹힌 슬픔의 무게로 사상 첫 1%대 금리도 성벽처럼 높다. 지갑을 열어달라고 말로만 할 게 아니라 이 성벽의 높이를 실물경기 활성화로 낮춰주는 게 진짜 서민경제 정책이다.
4월 29일에 치러지는 재보궐선거로 누구에겐 잔인한 달이 끝날지 모른다. 준대선급 한판에서 내가 이기겠다고 서로 난리다. 하지만, 그 다음 달에도 올해 말에도 경제가 이런 상황이면 골든타임은 사라진다.
4월이 참 잔인하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