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자동차 반도체 시장…국내 업계 대응 `미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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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이 장밋빛 성장을 예고했지만 해외 유수 반도체 기업과 경쟁할 국내 기업이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 인포테인먼트 등 진입 장벽이 비교적 낮은 분야에 진출했을 뿐이다.

엔진·안전 등 핵심 분야는 인피니언, 르네사스, NXP 등 해외 유수 기업이 장악한 지 오래다. 환경·안전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국내 기업이 설 자리는 더 좁아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크다.

17일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트는 올해 자동차용 집적회로(IC) 시장이 전체 IC 시장 성장률을 갑절가량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 IC 시장이 올해 7% 성장하지만 자동차 특수목적용 로직 시장은 15%, 자동차 애플리케이션 전용 아날로그 시장은 12% 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IC인사이트는 올해 자동차가 가장 강력한 전자 시스템 시장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연간 6.5% 성장하고 향후 5년간 가장 빠르게 커지는 시장이 될 것으로 봤다. 전체 IC 시장에서 자동차 분야 점유율은 10% 미만이지만 성장 속도는 가장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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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모터를 제어하는 인피니언의 ARM 기반 임베디드 파워 브리지 드라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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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카메라기반 고속영상인식 자동차 반도체칩.

네덜란드 기업 NXP반도체가 미국 프리스케일을 18조원에 인수한 것도 치열한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다. SK그룹이 SK하이닉스를 3조4000억원에 인수한 것에 비교하면 금액 차이가 엄청나다.

지난해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6위, NXP반도체 14위, 프리스케일 18위인 것을 감안하면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 성장성에 대한 시장 기대감을 알 수 있다.

NXP반도체는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이 상위였던 프리스케일을 인수하면서 단숨에 시장 1위로 올라섰다. 시장 1위 다툼을 한 독일 인피니언과 일본 르네사스테크놀로지는 한 계단씩 밀려났다.

자동차 반도체시장 강자 간 경쟁이 치열하지만 국내에는 이들과 어깨를 견줄 만한 기업이 전무하다. 자동차 전장부품 기업인 현대모비스, 만도, LG전자가 보쉬, 콘티넨탈 등 세계적 기업과 경쟁하지만 핵심 칩은 대부분 외산을 사용한다.

자동차용 반도체는 일반 산업용보다 성능과 내구성이 더 뛰어나고 2~3년에 걸쳐 수많은 안전 테스트를 거쳐야 하는 까다로운 진입 장벽 때문에 중소 반도체설계(팹리스) 업체가 쉽게 도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현대차 부회장을 지낸 김동진 대표가 1대 주주인 팹리스 기업 아이에이가 자동차 핵심 분야 칩을 개발해 이제 막 시장에 진입 중이다. 올해부터 조금씩 결과물을 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지만 유수 기업과 경쟁하기에는 아직 기술력과 체력 모두 부족하다.

한 외국계 자동차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첨단 지능형 안전 기능을 구현하는 센서와 레이더 등의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하지만 국내 기업은 핵심 분야보다는 주변 기능 칩만 제공한다”며 “자동차 기능안전 국제표준(ISO 26262) 등 한층 강화된 규제를 시행하면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표. 2015년 제품별 IC 시장 성장률 전망 (자료: IC인사이트)>

표. 2015년 제품별 IC 시장 성장률 전망 (자료: IC인사이트)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