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개월간 매스컴의 원자력 관련 기사는 원전해체사업 내지 이 사업을 특정지역에 유치하겠다는 내용이 가장 많았다.
일부 지역에서는 원전건설을 수용하기로 해 고시까지 한 상태에서 법규에도 없는 군 단위 주민투표를 실시해 원전 반대편에 서는가 하면, 부산에서는 반원자력단체가 고리1호기를 재연장 없이 폐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시점에서 원전해체 사업이 수면에 부상하고 지자체가 서로 이를 유치하겠다고 경쟁을 펼치고 있다.
1950년대 건설된 원전은 실제 폐로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1956년 세계 처음 건설된 상용원전인 영국의 콜더 홀(Calder Hall) 가스냉각로(20만㎾·Magnox 원자로형)와 동급의 20여기가 50년 가까이 운전되다 폐로의 절차를 밟고 있다. 미국은 1960년대에 건설된 제1세대 경수로 중 일부는 수명연장을 받아 운전 중이며 일부는 안전성 및 경제성 여건이 좋지 않아 폐로 작업이 진행 중이다.
미국의 원자로형은 영국의 가스냉각로와 다른 경수로이기 때문에 안전성 및 경제성에서 사정이 확실히 다르다. 미국의 전력회사들은 고리1호기와 같이 1970년대에 건설된 원전에 대해 설계수명 40년에 수명연장 추가 20년을 신청하며 규제기관(NRC)의 안전성확인과 함께 승인을 받고 있다. 현재 운전 중인 100여기 원전의 4분의 3에 해당되는 75여 원전이 수명연장 승인을 받았거나 승인 중에 있다.
고리1호기는 2007년에 10년간, 한 차례의 수명연장 운전이 진행 중이고 2017년에 다시 10년의 추가운전 승인여부가 결정된다.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다.
고리1호기는 1978년 미국에서 도입, 운전 중인 경수로인데 미국에서는 같은 시기의 여러 원전이 20년 수명연장을 받았다.
기실 수명연장 및 계속 운전에 대해 나라마다 인허가 절차와 법규가 다른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미국은 기기 및 부품 교체를 전제로 안전성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수명연장 20년을 승인하지만 원자력 의존도가 전력의 약 75%인 프랑스는 매 10년 주기로 추가 운전을 승인하고 있다. 따라서 10년의 계속 운전이 진행 중인 고리1호기는 2017년에 추가 승인을 받게 된다면 프랑스와 비슷한 인허가 절차가 되는 것이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실생활에 인명의 안전과 직결되는 자동차는 기계적 수명과 관련되는 감가상각이 다 되는 5년이 지났다고 폐기하지는 않는다. 지속적인 정비와 보수 및 부속품 교체로 매년 안전검사를 받고 10년 이상을 운전한다. 심지어 30만㎞의 주행이력을 가진 차량이 시내를 누비기도 한다. 이와 같이 원전도 안전이 전제된다면 설계수명이 다한다 하더라도 10년, 20년 등 주기적인 계속 운전이 가능한 것이다.
만일 이러한 세계 조류를 무시하고 반대기류에 따라 조기에 원전을 폐기한다면 국가적으로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가져오게 된다. 고리1호기와 같은 규모의 원전을 새롭게 건설한다면 30억달러 이상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며 대체 발전소를 건설해야 하는데 결국 전기료는 상승할 수밖에 없고 그만큼 개인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으며 수출 경쟁력도 떨어지게 될 것이다.
물론 주민과 국민의 안전과 환경에 대한 영향을 무엇보다 우선해야 한다. 우리는 이웃나라 일본 후쿠시마원전 사고를 보고 무엇보다 안전이 최우선임을 확인했다. 사고가 난 이 원전 역시 수명연장을 받아 운전 중이었다.
그러나 사고의 근본은 수명연장에 따른 원전계통의 문제가 아니라 자연재해인 대지진에 의해 비롯됐다. 원전이 설치된 방파제를 5m만 높였어도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터빈건물에 있던 비상발전기가 물에 잠겨 작동이 되지 않아 원자로 냉각이 되지 않았고 이로 인해 고온의 물에서 발생한 수소가 폭발하여 건물이 파괴된 것이다.
어쨌든 우리는 고리1호기를 2017년부터 추가 운전할 것인지에 대한 사전결정을 해야 한다. 미국의 20년 승인과 같이 고리1호기도 10년을 추가 더 승인을 할 것인지 여부가 우리나라 원자력 산업에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원전의 폐로사업이 당장 이루어지는 사업은 아니고 아직도 상당기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정상적인 원전운전이 끝난 시점에서도 외국과 같이 발전소를 간단히 제염하고 상당 기간 원자로의 냉각이 필요하다.
이러한 절차를 고려하면 앞다퉈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지자체에 공허감을 주지 않을지 걱정이다. 지자체의 유치경쟁보다는 오히려 연구소를 중심으로 사업 실현 및 개발을 위한 기술기준 제정, 나아가 이와 관련된 응용연구개발에 치중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사업을 위해 우선순위에 따라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정부가 원전폐로센터의 부지선정 등을 조기 추진함으로써 혹시나 운전 중인 고리 1호기를 폐로 쪽으로 유도하는 듯한 오해를 주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다. 필자만의 생각일까.
이익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전문연구위원 ikhlee12@hanmail.net
과학 많이 본 뉴스
-
1
챗GPT 검색 개방…구글과 한판 승부
-
2
SKT, 에이닷 수익화 시동...새해 통역콜 제값 받는다
-
3
올해 하이브리드차 판매 '사상 최대'…전기차는 2년째 역성장
-
4
에이치엔에스하이텍 “ACF 사업 호조, 내년 매출 1000억 넘긴다”
-
5
野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 강행…인청특위 위원장에 박지원
-
6
갤럭시S25 '빅스비' 더 똑똑해진다…LLM 적용
-
7
테슬라, 3만 달러 저가형 전기차 첫 출시
-
8
“팰리세이드 740만원 할인”…車 12월 판매 총력전 돌입
-
9
곽동신 한미반도체 대표, 회장 승진…HBM 신장비 출시
-
10
올해 한국 애플 앱스토어서 가장 인기있는 앱은?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