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요즘 프랑스·러시아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 원자력발전소 수주 경쟁을 펼칠 수 있게 된 출발점은 65년 전 미국에서 들여온 '트리가마크2(TRIGA Mark-Ⅱ)'라고 하는 연구용 원자로다. 미국은 원자력 종주국이고, 우리는 그들이 만든 원자력 설비를 들여와 배워야하는 입장이었다.
이렇게 습득한 한국 원자력기술이 종주국 미국에 수출된다. 지난 2009년 아랍에미리트에 한국형 원자력발전소 2기가 수출된 것에 버금가는 기념비적 사건이 아닐 수 없다. 1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원자력연구원·현대엔지니어링·MPR 컨소시엄이 미국 미주리대학교가 발주한 차세대연구로 사업(NextGen MURR) 첫 단계인 초기 설계 계약을 따냈다고 밝혔다.
미주리대 20메가와트열(MWth)급 고성능 새 연구로가 가동되면, 1962년 가동에 들어간 트리가마크2가 그랬듯 수많은 원자력 연구자와 한국과 미국의 협업연구, 원자력기술 공동 개발 및 향상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 최고 원자력 연구책임 기관과 다년간 해당사업에 기술력을 쏟아온 민간 기업간 협력이 또한 빛을 발할 것이다. 여기서 확보된 다양한 기술력과 원자로 품질은 전세계 노후 원자로 교체 수요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 될 전망이다.
이번 차세대 원자로 공급은 최근 한·미 양국 사이 최대 현안으로 걸려있는 민감국가 지정 문제와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우리나라는 지난 15일 자정(미국시각)을 기해 민감국가 리스트에 올라있다. 미국 정부 또는 국책 연구소와 공동연구를 비롯한 기술협력을 하려는 적어도 45일 전에 이 사실을 신고하고, 허락을 받아야하는 처지에 놓였다.
바이든 정부 막판에 지정 예고됐고, 불과 이틀전에 민감국가로 발효됐지만 이번 미주리대 원자로 협력은 아무 걸림돌 없이 전세계에 공식화됐다. 정부 관계자는 “(리스트) 발효 이전에 지정에서 빼는 것이 최선이었지만, 우리 뜻만큼 조속히 해결되지는 못했다”면서도 “한-미 과학기술 협력은 아무 차질 없이 원활하게 진행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의미를 설명했다.
한국의 한층 높아진 원자력 기술과 신뢰성이 종주국 미국 시장에도 안착하고, 나아가 연구목적 뿐 아니라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분야 한-미 기술협력이 활발해 지고, 전략적 해외시장 동반 진출 같은 후속행보가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editoria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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