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M&A 활성화 거꾸로 가는 정부

기업소득환류세제(기환세) 과세 예외인 투자에 기업 인수합병(M&A)을 뺀 정부 방침을 놓고 반발이 거세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벤처산업계도 부정적이다. 벤처 생태계 큰 축인 M&A시장을 키우자는 움직임을 정면으로 거스르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주 입법예고한 세법 시행령을 통해 기업이 M&A를 하려고 다른 기업 지분을 취득할 경우 투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기계장치, 차량, 공구, 건물 신·증축 용지 등 유형고정자산과 개발비, 특허·상표권 등 무형 고정자산만 인정했다. M&A는 기존 자산을 매입하는 것이라 투자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 시각이다. 시행령대로 하면 최근 삼성과 한화그룹 간 M&A도 세금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다. 재계 자율적 빅딜이라고 박수를 치면서 정작 세제로는 반대한 셈이다.

무엇보다 자산이라고 기술과 사람뿐인 기술산업계, 특히 벤처산업계 M&A 시장에 악영향을 미친다. 기술 벤처기업 M&A는 특허·상표권과 같은 무형 고정자산뿐만 아니라 영업권, 심지어 전문인력을 확보하려는 수단과 다름 아니다. 특허·상표권만 따로 떼어 내어 팔 기술 벤처기업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애플, 구글 등 글로벌 기술기업들은 한 해에도 수십 개 벤처기업을 웃돈을 줘가며 인수하면서 기술과 인력을 동시에 확보한다.

가뜩이나 국내 벤처기업 인수와 제값주기에 인색한 국내 대기업들이다. 기술만 가로채거나 사람만 빼오는 것에 더 익숙하다. 대기업은 이렇게 벤처 생태계를 망치지 말고 정상적으로 벤처기업을 인수해야 한다.

실리콘밸리 기업뿐만 아니라 중국 기술기업도 한국 벤처기업을 노린다. 벤처기업이 넘어가 외국 기술기업 파워만 키우는 꼴을 만들지 않고 벤처 생태계와 창조경제를 활성화하려면 국내 대기업도 이 M&A 경쟁에 적극 뛰어들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정부가 이렇게 대기업 참여를 독려하고 압박해도 시원찮은 판에 유인책마저 없앤다니 답답할 따름이다. 대기업은 그냥 벤처기업 기술과 사람을 몰래 빼오는 일에 집중하라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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