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14나노 이을 10나노 미세공정서 `수퍼 갑` 울리는 `수퍼 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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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나노를 이을 차세대 반도체 10나노를 잡아라’

지난 2012년 삼성전자, 인텔, TSMC는 네덜란드 장비기업 ASML 지분 매입에 총 64억달러(약 6조7400억원)를 쏟아부었다.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과 장비기업이 피를 섞은 것에 세계 반도체 업계가 주목했다.

흥미로운 것은 지분 투자를 ASML이 먼저 제안한 것이다. 차세대 기술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개발에 필요한 천문학적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노광 부문에서 독보적 1위 기술을 가진 이 회사에 세계 반도체 선두기업들은 앞다퉈 투자했다. 인텔 15%, TSMC 5%, 삼성전자 3% 지분을 샀다. 지분 매입과 별도로 연구개발을 위해 수조원을 투자했다.

장비 납품사인 ASML에 왜 이토록 큰 돈을 투입했을까.

ASML이 연구 중인 EUV는 차세대 미세공정인 10나노미터 장비를 개발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다. 일본 니콘도 반도체 노광장비 기술이 있지만 세계 시장의 70%를 점유한 1위 기업의 입지는 독보적이다. 특히 차세대 EUV 기술 격차는 더 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결국 ASML이 차세대 장비를 개발하지 못하면 삼성전자, 인텔, TSMC도 차세대 반도체를 생산하지 못하는 셈이다. 10나노 혹은 그 이하 설계 기술을 마련하더라도 이를 실제 생산할 수 있는 장비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2위와 격차가 큰 1위 장비 회사다보니 ASML의 ‘SOS’에 화답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EUV 장비 개발에 성공하면 전략적으로 먼저 공급받기 위해 줄도 서야 할 상황이다.

EUV 기술은 10나노 이하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핵심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 장비를 만들 수 있는 회사는 ASML밖에 없다. 세계적 반도체 회사들을 울고 웃게 만드는 ‘수퍼 을’이다.

삼성전자, 인텔 등은 반도체 기술의 정점인 14나노에 더블패터닝기술(DPT)을 적용했다. 기존 공정 장비를 활용해 같은 자리에 노광을 두 번 해 미세 회로를 그리는 기술이다. 10나노 제품에는 EUV 대신 노광 공정을 세번 하는 쿼드러플패터닝기술(QPT)을 검토 중이다. 10나노 이하는 EUV 기술이 필수지만 가급적 대체 기술을 적용해 ASML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다.

미세 공정 경쟁이 반도체 기업의 생존을 결정하는 요소가 되면서 특정 장비기업에 대한 의존도도 높아졌다. 이미 기존 노광공정에서 ASML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장비 업계 한 관계자는 “ASML이 장비 단가를 인상하거나 납기를 지연해도 반도체 제조사나 파운드리 기업 등 소위 ‘수퍼 갑’들은 대안이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며 “EUV 장비 확보를 위해 투자했지만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을 찾고 경쟁사를 전략적으로 키워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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