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이 경영개선 차원에서 매물로 내놓은 동부하이텍의 매각 작업이 급물살을 탔다. 인수 의사를 밝힌 회사를 상대로 실사 과정이 진행 중이며, 이르면 이달 말 인수자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회사 인수를 타진 중인 회사로 투자 전문펀드인 한앤컴퍼니, 애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 베인캐피털 외에도 세계 5위 파운드리 기업인 중국의 SMIC와 인도 파운드리 기업 HSMC 등이 거론됐다. 동부그룹의 연내 매각의지가 분명하기 때문에 동부하이텍은 올해 안으로 새주인을 맞게 될 전망이다.
우려되는 점은 어렵게 키워 놓은 우리나라 파운드리 전문기업이 경쟁관계에 있는 해외 파운드리 기업에 넘어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이는 제조업은 물론이고 정보기술(IT) 산업의 뿌리기술인 파운드리 기술이 통째로 해외로 넘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과거 어려 차례 국내 기술기업을 해외에 파는 경험을 하면서 안타까운 모습들을 봤다. 해외자본 유치로 해당 산업과 생태계가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핵심기술이 유출되고, 자산매각, 구조조정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와 같은 쓴 맛을 많이 봤다.
이런 학습효과 탓에 파운드리 산업과 생태계를 이루룬 국내 팹리스(반도체설계 전문업체) 기업들은 동부하이텍의 해외매각만큼 막아 달라며 아우성을 친다. 주무부처에 하소연도 해봤지만 별 소득이 없다. 동부하이텍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되지 않는 데다 동부그룹 정상화를 목표로 추진 중인 기업매각을 중단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파운드리 산업은 제조업 근간이다. 기술제품에 첨단 기능을 내장할 수 있도록 도울 뿐 아니라 우리가 입버릇처럼 외치는 혁신적 기능 구현을 가능케 하는 요소기술 제공 산업이다. 어렵게 육성한 기술과 회사를 경쟁국가의 기업에 내줘서는 안 된다. 동부하이텍 매각을 단일 기업 경영개선 차원의 시각이 아닌 산업 전체의 기술안보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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