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업무 소홀로 파산한 저축은행의 자산 낭비를 방치하거나 서민의 빚을 대부업자에 넘겨 과도한 추심에 시달리게 한 사실이 감사원에 적발됐다.
감사원은 지난 2∼3월 예보와 캠코를 상대로 ‘금융부실자산 인수 및 경영관리실태’ 감사를 벌여 이런 사실을 적발했다고 18일 밝혔다.
캠코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진 빚을 아직 갚지 못한 사람 등 6만여명의 저신용 연체자가 보유한 채권 6조4000억원을 대부업체 2곳에 단순 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대부업체가 캠코에 착실하게 빚을 갚고 있던 채무자의 집까지 경매에 넘기는 등 채무자가 고통에 시달리는 실정인 것으로 드러났다.
캠코는 집을 보유하고도 과도한 부채에 허덕이는 서민인 하우스푸어에게도 부서간 정보공유를 제대로 하지 않아 잠재 지원대상 5700여명 중 3.2%인 187명만 지원하는 실정이다.
예보는 기금을 지원한 부실 금융기관의 전·현직 임직원 등이 가진 재산을 조사,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하지만 국세청 등 관련 기관이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는 실정으로 드러났다.
그 결과 부실 금융기관으로 분류된 모 저축은행의 부실 책임자가 보유한 자산이 38억원에 이르는 등 총 2000여명의 부실기관 관계자가 266억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예보는 또 파산한 저축은행 등이 가진 골프·콘도 회원권을 적극 매각하지 않아 총 45억원 상당의 회원권이 그대로 방치되거나 파산업무 관계자가 마음대로 사용하는 실정으로 확인됐다.
예보와 캠코는 그럼에도 외부기관에서 교육받는 직원의 부부 동반여행 등에 쓰이는 자치회비를 5년간 2억원 정도 지원하고 휴식시간도 근로시간에 포함시켜 지난해에만 총 37억원의 추가 비용을 발생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런 사례를 포함해 모두 30건의 문제를 적발하고 대책 마련 등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