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관세와 저가 중국산 공세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철강·석유화학 업계가 위기 타개책으로 '스페셜티'를 내세웠다. 차별화된 기술과 제품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다.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과 전자신문이 10일 서울 섬유센터빌딩에서 개최한 '2025 글로벌 소재·부품·장비 테크페어'에서 '스페셜티' 확보가 화두로 떠올랐다.
스페셜티는 특정 시장에 맞춘 고부가가치 제품을 뜻하는 용어다. 이를 실현할 기술과 경영 전략도 내포한다. 국내 철강·석유화학을 대표하는 현대제철·LG화학·대한유화가 각사의 스페셜티 전략을 공개했다.
현대제철은 당면 위기를 극복할 방법으로 디지털전환(DX)을 낙점했다. 치열한 철강 산업 경쟁에서 승기를 잡으려면 생산성(P)·품질(Q)·비용(C)·납기(D) 역량을 대대적으로 키워야 하는데, DX에서 활로를 찾은 것이다.
최유림 현대제철 스마트팩토리기술팀 책임연구원은 “생산 인구 감소로 성장 동력이 약화되고 있어 과거 노동집약적 생산 방식으로는 지속 성장이 불가능하게 됐다”며 “제조 분야 DX 추진으로 현대제철의 PQCD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철강 산업은 미국 철강 관세 인상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한창이다. 여기에 일본·중국의 저가 수입 강재가 대량 유입되면서 국내 업체 수익성과 생산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

현대제철은 최근까지 진행한 철강 생산 설비 자동화에 이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생산 관리·제어까지 DX 저변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LG화학은 친환경 수소 기술을 스페셜티로 제시했다. 탄소 배출이 없는 '그린 수소' 생태계가 확산되려면 경제성 확보가 필수여서다. 이에 대한 해답이 바로 물을 전기 분해하는 수전해 기술이다.
김기환 LG화학 CTO 산하 기반기술연구소 연구위원은 “수전해 시스템 성능을 높이고 그린 수소 가격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바로 전극·맴브레인·촉매와 같은 수전해 핵심 소재”라며 “LG화학은 알카라인 전극과 분리막, 고분자전해질막(PEM)용 막전극접합체(MEA) 등 수전해용 고성능 핵심 소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국내 석유화학산업 1세대 기업인 대한유화는 사업화 방식에 대대적이 변화를 줘 '미래 개척'이라는 스페셜티 전략으로 내세웠다.
현재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 등 범용 수지 제품을 생산하는 대한유화는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확장을 시도 중이다. 기존 소재를 대체하는 형태가 아닌 혁신 제품을 새롭게 개발, 적용 가능 시장을 찾아나서는 '퍼스트 무버'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김영환 대한유화 책임연구원은 “이를 통해 반도체·인공지능(AI)·이차전지·로봇·바이오 등 미래 산업을 공략할 계획”이라며 “스페셜티로 기업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