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상파와 IPTV 업계가 우리나라 국가대표 축구팀의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를 앞두고 진행한 모바일TV 월드컵 재전송료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확인됐다. 양측이 경기 시작 전날까지 막바지협상을 진행했지만 결국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이 때문에 18일 한국과 러시아 경기의 모바일 IPTV 중계가 불발되면서 포털 월드컵 중계에 이용자가 폭주, 서비스가 지연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18일 방송업계에 따르면 지상파와 IPTV 업계는 러시아와 치르는 우리 대표팀의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경기를 앞두고 모바일TV 재송신료 협상을 진행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협상이 결렬됐다. 양 업계가 추가 재송신료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직접 협상 테이블에 참여한 IPTV 업계 한 관계자는 “(지상파 협상 담당자와) 늦은 시간까지 협의했지만 입장 차이가 워낙 커 결론을 내지 못했다”며 “IPTV 3사는 월드컵 기간 동안 우리 대표팀 경기를 포함한 모든 중계방송 콘텐츠를 포기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IPTV 업계 관계자는 “우리 대표팀 조별리그 세 경기 가운데 아침 시간에 치러져 가장 많은 모바일TV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 러시아전이 불방됐다”며 “지상파와 진행한 월드컵 재송신료 협상은 사실상 결렬된 것”이라고 말했다.
민영동 한국방송협회 대외협력부장은 “월드컵 콘텐츠를 유료방송사업자에 제공하기 위해서는 모바일을 포함한 방송 플랫폼마다 별도 계약이 필요하다”며 “콘텐츠 사용료를 낼 수 없다는 상대와 계약을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월드컵 콘텐츠는 (지상파가) 국제축구연맹(FIFA)에 대가를 치르고 구매했기 때문에 공공재가 아닌 상품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바일TV가 ‘월드컵 블랙아웃(송출중단)’ 상태에 빠진 가운데 네이버, 다음 등 포털은 우리 대표팀 경기가 시작된 오전 7시 이후 갑자기 서버가 불안정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각 포털이 스트리밍 방식으로 제공하는 월드컵 중계방송을 보기 위해 출근길에 오른 직장인을 중심으로 동시접속자 수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러시아전을 보기 위해 스마트기기로 네이버에 접근한 동시접속자는 한때 250만명까지 치솟았다. 19만명에 그쳤던 개막전 동시접속자 수를 감안하면 13배 이상 폭증한 수치다. 다음은 같은 시간대 50만명가량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두 업체가 기록한 동시접속자 수를 단순 합하면 전체 모바일TV 가입자 수(350만명)와 비슷한 300만명에 육박한다.
네이버 측은 “구체적 트래픽 수치를 밝힐 수 없지만 지난 남아공 월드컵과 비교해 동시접속자 수가 압도적으로 증가한 것은 사실”이라며 “N스크린 사업자의 월드컵 콘텐츠 방영 중지, 이른 경기 시간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최성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장은 “모바일TV는 방송법 범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업계 간 분쟁으로 블랙아웃이 발생해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서도 “경기 시간이 오전으로 예정돼 모바일TV 시청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 상황에서도 블랙아웃을 강행한 방송 사업자에 도의적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