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역에 꼭 필요한 사업이라 국비 지원과제로 추진해 보려는데 걱정이 앞섭니다. 외부에 알려지면 여러 지역에서 서로 하겠다고 덤벼들 게 뻔하거든요. 그러면 경쟁이 붙고, 한 지역에 집중 지원해도 될까 말까인 사업이 또 다시 나눠 먹기 식으로 되기 십상입니다.”
최근 만난 한 광역지자체 고위직 공무원의 하소연이다.
국비 지원사업을 더 많이 확보하려는 지자체 간 경쟁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중앙정부 주도 아래 기획된 지역사업뿐만 아니라 특정 지역이 발굴해 추진하겠다는 사업도 공개되면 여러 지자체가 뛰어든다.
핵심·주력·전략이라는 이름 아래 집중 육성하겠다며 내놓은 광역지자체의 지역산업은 우선순위만 다를 뿐 사실상 전 산업군을 망라하고 있다.
“특정산업을 또 다른 산업군에 포함시켜 산업 육성계획을 세웠더니 해당 특정 산업계가 벌떼처럼 들고 일어났다”는 지자체 신산업 담당 공무원의 말은 이를 실감케 한다.
고위직은 물론이고 지자체 공무원의 업무능력 평가 또한 상당 부분 국비 확보에 좌우된다. 묻지마 식 국비 확보의 또 다른 원인이다.
일례로 중앙부처가 1개 지역을 선정해 100억원을 지원하려던 사업은 2개에 50억원씩, 경쟁이 가열되면 8개에 25억원씩 분산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열악한 지자체 재정 상황에서 국비 확보에 사활을 거는 모습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지역에 얼마나 시급한 사업인지, 제대로 된 시너지를 가져올 사업인지를 면밀하게 파악하고 접근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정부 지원사업은 대부분 지자체 매칭을 동반한다. 국비만 받아 사용하는 것이 아닌 시도비를, 그것도 많게는 70%에서 적게는 20~30%까지 함께 투입된다. 분명한 손익 계산이 필요한 이유다.
경제적 파급 효과를 가늠하기 어려운 사업에 국비 100억원을 받기 위해 50억원을 ‘투입’하기보다 50억원을 더 소중한 곳에 ‘투자’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