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가운 국방기술 공개, 더 과감해야

내부 누군가 자료를 밖으로 유출하는 듯하다. 뚜렷한 물증은 없다. 하지만 거의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 전산시스템에서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사용자 행위를 분석하면 추적이 가능하다. 자료 유출 탐지라고 불리는 이 기술을 군이 개발했다. 내부자 소행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심각한 민간에 쓰이면 좋겠다.

방위사업청이 이렇게 민간이 활용할 만한 국방기술 113건을 국방기술거래장터에 공개했다. 이 장터는 민수 사업화하기에 유망한 국방기술을 알리는 공간이다. 민간 기업은 이 기술을 이전받아 사업화할 수 있다. 기술보증기금 사업비 지원도 받는다.

방사청은 지난해부터 국방기술 민간 이전을 적극 추진했다. 국방과학연구소에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거래장터도 개설했다. 효과는 즉각적이다. 군사용 레이더를 개발할 때 쓰이는 초고주파 회로 설계기술이 대표적이다. 이 기술을 이전받은 한 광통신 업체는 지난해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100Gbps급 광통신모듈을 개발했다. 중국 광통신 구축 사업에 참여해 10년간 5000억 원의 매출을 기대한다고 한다.

국방기술은 군에서 극히 제한적으로 쓰이나 이렇게 민간에 활용하면 그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 기업뿐만 아니라 군도 이익이다. 민간 기술이 발전하면 국방기술을 더 고도화할 수 있다. 군 전문 인력이 진출할 여지도 늘어나 인력 적체 현상도 해소한다. 군과 민간이 서로 좋은 기술 이전을 망설일 이유가 없다.

군 이미지 제고는 덤이다. 보안 문제로 아무래도 폐쇄적일 수밖에 없는 군이다. 이렇게 민간과 소통하는 것 자체로 딱딱한 이미지를 벗을 수 있다. 기술산업 발전에 기여까지 하니 칭찬을 받을 만하다.

국방기술 민간 이전이 활발한 이스라엘에서 긍정적 효과를 확인했다. 이스라엘처럼 국방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전문 기술기업을 우리도 만들어낼 수 있다. 우리 군은 일부 하드웨어를 제외하고는 국방 기술을 대부분 외산에 의존한다. 자주 국방 차원에서도 민간 전문 기술 기업 육성은 필수다. 기밀이 아닌 한 더 과감한 공개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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