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등기임원 연봉 공개에 눈치를 본다. 일부 고액 연봉이 자칫 비난을 살까 걱정한다. 삼성, LG 등 대다수 대기업이 주주총회 날짜를 맞추든 사업보고서 제출 마감일인 31일에 맞춰 공개한다. 일부 그룹은 오너 일가를 등기이사에서 빼 공개를 회피했다.
대기업 걱정을 이해한다. 일반 직장인은 거의 로또 수준으로 꿈도 꾸지 못할 연봉을 받는 등기임원이 공개되면 사회적 비난을 살 것으로 우려한다. 아마 31일 이후 이런저런 뒷말과 비난이 나올 것이다. 그런데 기업들이 전혀 두려워할 일이 아니다.
법까지 개정하면서 연봉을 공개하도록 한 것은 주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투명하게 경영진을 평가하기 위해서다. 투명한 기업 운영의 일환으로 마련한 제도적 장치다. 실적, 의사결정 능력과 상관없이 과다한 연봉을 받는다면 주주들로부터 좋지 않은 평가와 책임을 추궁 받을 길이 열렸다. 궁극적으로 책임 경영을 북돋는 제도이니 기업이 거부할 명분이 없다.
이왕 물릴 수 없는 제도라면 기업이 돌아올 비난을 걱정하기보다 더욱 적극 활용하는 것이 낫다. 높은 연봉은 해당 경영자 실적과 능력에 대한 좋은 평가다. 또 임직원 동기 부여를 유도하고 회사 가치와 이미지를 높일 수단이다. 능력 있는 경영자와 그렇지 않은 경영자를 가려낼 바로미터가 작용하면 우수 경영자는 제 대접을 받게 된다. 경영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는 문화가 정착한다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반기업, 반부자 정서를 해소할 수도 있다.
과도한 연봉이 세계적으로 문제가 된 것은 회사가 망할 지경이어도 천문학적 연봉을 챙기기 바쁜 일부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 때문이었다. 우리나라는 이 정도까지 가지 않았다. 오히려 하는 일과 실적에 비해 덜 받는 것이 문제다. 또 과다한 연봉을 정 제한한다 해도 이는 법이 아닌 주주의 몫이다. 최근 스위스의 CEO 연봉 제한이 국민투표에서 부결됐다. 지나친 연봉에 문제 있지만 주주가 결정할 사안이라는 결론이다. 연봉 수준이 낮아서 그렇다면 모를까 대기업들이 자랑스럽게 여겨야 할 공개를 숨기듯 하는 것 자체가 더 비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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