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터넷·콘텐츠 규제도 과감히 깨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쳐부술 원수, 암 덩어리로 생각하고 규제를 확확 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평소 대통령의 말투와 사뭇 다른 초강경 발언이다. 게다가 처음에는 ‘우리의 원수’라고 했다가 재차 강조할 때 ‘쳐부술 원수’라고 바꿨다. 많은 규제를 없애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대통령 의지를 각 부처가 얼마나 실현할 지 미지수다. 규제 개혁은 선언이 아니라 실천해야 비로소 빛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12일 전경련이 발표한 ‘5대 유망 서비스업’ 분야에서 개선해야 할 94개 규제는 더욱 반갑다. 산업의 발목을 잡는 대못을 구체적으로 명기해 이를 뽑아야 할 정부에 쓸모 있는 자료를 준 셈이다.

특히 정보통신과 소프트웨어 분야의 과제를 보면 현실을 잘 반영한 흔적이 보인다. 웨어러블 PC를 의료기기의 틀로 가두려는 시도나 지능형 전력망 사업자 범위 확대, 빅데이터 활성화를 위한 위치정보 활용 등은 미래 성장동력과 직결된 사항이다. 부처 중복 규제처럼 매번 제기되는 단골 메뉴야 조직 이기주의라는 벽에 막혀 무산될 가능성이 크지만 이해관계가 복잡하지 않은 이슈는 당장이라도 대안을 마련해 고쳐야 한다.

아쉬운 점도 있다. 인터넷과 콘텐츠 분야 규제 개선이 빠져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지도 데이터 활용이 불가능하며, 게임을 마약으로 취급한다. 지도 데이터가 없으니 자율주행자동차가 달릴 수 없고, 중독법의 틀에 갇힌 게임 업계에서 제2의 앵그리버드가 나올 턱이 없다. 공인인증서 결제는 외국 한류 팬의 한국 온라인쇼핑몰 이용을 막는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첨단 기술을 이해해야 한다. 이미 정보통신기술(ICT)은 특정 산업이 아니라 사회 전체와 연결된 인프라다. 모든 서비스 분야에 ICT가 녹아 있다. 부동산 거래를 활발하게 만들 규제 철폐에만 연연하지 말고 우리나라의 새로운 먹거리 재료가 될 성장동력의 토양을 다져야 한다. 모바일메신저나 스마트폰게임, 애니메이션처럼 창조경제와 가장 어울리는 산업이 규제 대못에 박혀 세계로 진출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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