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정유신 한국벤처투자 대표 "엔젤 소득공제 비율 높여야"

“벤처투자시장을 활성화하려면 엔젤투자 소득공제 비율을 100%까지 상향 조정해야 합니다. 민간 자금이 많이 유입돼야 좋은 기업이 몰리고 시장이 활성화돼 바이어스 마켓(투자자 중심 시장)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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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신 한국벤처투자 대표는 “2000년대 이후 벤처는 내내 침체기였다”며 “모태펀드 등 기관 출자비중이 44%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민간 자금만 제대로 들어온다면 더할 나위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법론으로 엔젤투자 소득공제 상향 조정과 더불어 ‘엔젤 캐피털’ 도입을 촉구했다. 엔젤캐피털은 자본금이 창투사 설립기준인 50억원보다 소액이고 투자자금 모집 등을 통해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하는 법인을 의미한다.

정 대표는 한해 5000억원이 넘는 정책자금을 운용하는 기관의 수장답게 다양한 제언을 이어갔다. 그는 지분 구조를 공고히 하면서 R&D 자금을 대거 확보할 수 있는 ‘투자 연계형 창업 R&D 사업’에 대한 기대도 감추지 않았다. 또 무형 자산에 대한 올바른 평가와 더불어 기술 이전, 거래, 사업화가 원활하게 이뤄지는 거래소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의료바이오, 문화콘텐츠 등 신성장동력을 적극 발굴하고 중소·벤처기업 해외 진출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 전망은 우려를 표명했다. 2000년대부터 한국 잠재성장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세수 확보가 어려워 복지, 청년실업, 노령화 등 사회적으로 산적한 현안에 정부가 자금을 풀 수 없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정 대표는 “대기업에만 의존하기에는 경제산업적으로 리스크가 크다”며 “중소·벤처기업 육성을 활성화해야 국가적으로 고용창출, R&D 확대, 신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벤처캐피털 시장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작은 시장 규모다. 2011년 기준 GDP대비 벤처투자비율은 한국이 0.12% 수준. 이스라엘(0.66%), 미국(0.22%)에 비해서도 현격하게 떨어진다. 게다가 회수 시장이 조성되어 있지 않아 초기 스타트업 투자도 부족하다.

정 대표는 “일반제조, 정보통신 등 특정 분야에 투자가 집중되고 자금을 회수할 시장 조차 없는 상황”이라며 “회수 전략 다변화를 통한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코넥스 시장과 세컨더리·M&A 펀드 등을 예로 들면서 미국은 M&A를 통한 투자금 회수가 50%, 이스라엘은 무려 93%라고 언급했다.

다만 정부에서 지난해 5월 발표한 벤처생태계 선순환 대책이나 다양한 펀드를 조성하려는 움직임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위험을 분담할 수 있도록 민간 자금이 금융기관과 제휴해 들어온다면 더할 나위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20일 쉐라톤 서울 다큐브시티에서 열린 G밸리 CEO 포럼에서 ‘중소 벤처기업 투자유치 활성화와 생태계 구축’이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에서 이 내용을 뼈대로 주제 강연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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