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석달 연속 순매도…현대·기아차 팔고 SK주 샀다

미국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로 신흥국 금융 불안이 커지면서 외국인 매도세가 석 달 연속 이어졌다. 설 연휴 사이 전해진 추가 테이퍼링 발표가 영향을 미치면서 2월 첫날 증시와 환율도 크게 흔들렸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모두 1조6717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해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1월 외국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은 현대차(2808억원)와 기아차(2527억원)였다. 반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으로 각각 1847억원, 1675억원 어치를 담은 것으로 집계됐다. 업종별로는 운수장비(8269억원)와 건설업(2977억원) 순으로 매도 금액이 컸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가 4.69%나 급락해 외국인의 `팔자` 행렬이 지수 하락을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 3조2587억원의 순매수 우위를 보였던 기관도 1월엔 1054억원을 팔며 순매도로 돌아섰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3개월간 1조5986억원을 순매수하며 외국인과 반대로 움직였다. 개인은 외국인이 가장 많이 판 업종인 운수장비 업종을 4839억원 어치 매수해 가장 많이 사들였고, 다음으로 전기전자(4455억원) 업종 주식을 많이 매수했다. 개인이 가장 많이 매도한 종목은 LG디스플레이(1575억원)와 고려아연(871억원)이고,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은 삼성전자(4983억원)와 삼성중공업(1979억원)이었다.

신흥국 외환위기 우려로 외국인 투자자의 선진국 선호 심리가 커지면서 2월 첫 개장일인 3일에도 외국인은 4187억원 순매도를 기록하며 코스피지수는 21.19P(1.09%) 내린 1919.96으로 장을 마쳤다. 개인과 기관이 2024억원, 2168억원씩 순매수했으나 증시를 떠받치는 데 역부족이었다.

원 달러 환율도 폭등했다. 3일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14.1원 폭등한 1084.5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설 연휴 기간 전해진 미국의 테이퍼링 규모 확대 소식이 영향을 줬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예상처럼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100억달러의 추가 양적완화 규모 축소에 나서면서 이머징 금융시장의 불안 역시 지속되고 있다”며 “테이퍼링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간접적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머징 금융시장 불안과 이에 따른 경기둔화 영향이 간접적으로 국내 수출 회복 지연을 통해 국내 증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도 미국 양적완화 축소와 관련해 국내 금융회사의 외화자금 조달과 운용, 외화유동성 상황 전반 점검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3일 임원회의에서 “우리 경제가 회복기미를 보이는 가운데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신흥국 금융불안이 고조되고 있다”며 “신흥국 불안이 국내 실물부문에 확산되지 않도록 점검을 더 강화해 달라”고 말했다.

최 원장은 외화차입 여건 악화, 시장변동성 확대를 가정해 금융사가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최악의 상황에서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재무 건전성을 진단하는 것)`를 하도록 지도하라고 주문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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