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업체들이 가격을 무기로 국내 터치스크린패널(TSP) 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하고 있다.
가격 압박이 점차 심해지면서 한계에 몰린 일부 국내 TSP 업체는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소재·부품 업체들의 한국 시장 공략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중국 CNI·오필름·톱터치 등 중국 TSP 업체를 1차 협력사로 승인했다. 중국 업체를 지렛대로 TSP 조달 가격을 낮추려는 전략이다.
실제로 중국 업체들이 들어오면서 국내 시장에서 TSP 가격은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지난 2012년 15달러 수준에 팔리던 4인치 크기 필름타입(GFF) TSP 가격은 현재 1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2분기까지 TSP 가격을 추가로 10% 가량 떨어뜨릴 계획이다. 가격 경쟁에서 밀린 국내 TSP 업체들은 수익성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센서 패터닝 공정을 내재화한 일진디스플레이·에스맥 정도를 제외하면 가격 충격을 흡수할 만한 업체는 많지 않다”며 “한계에 몰린 국내 TSP 업체들은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TSP 업체들의 가장 큰 무기는 가격 경쟁력이다. 이번에 삼성전자 1차 협력사로 등록된 TSP 업체 중 상당수는 커버유리 제조업체 자회사다. 모기업으로부터 커버유리를 싼 가격에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커버유리는 GFF TSP 원가 중 40%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탄탄한 내수 시장에다 최근 한국 시장까지 진출하면서 중국 TSP 업체들은 규모의 경제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근래 첨단 공정을 도입해 품질 경쟁력도 강화했다. 과거에는 품질 수준이 낮아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공급하는 게 불가능했다. 그러나 최근 일본·대만산 고급 장비를 구입해 공정 기술을 어느 정도 높였다. 일본·한국 기업에서 퇴직한 엔지니어를 고용해 노하우도 습득하고 있다.
향후 중국 업체들은 고부가 슬림형 TSP 시장에도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국내 업체들이 독점 생산하고 있지만, 중국 업체들이 진입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슬림형 GFF TSP는 센서인 인듐주석산화물(ITO) 필름 두께를 100㎛에서 50㎛ 줄인 제품이다. 빛 투과율이 높아 디스플레이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고, 얇은 스마트폰 디자인을 구현하는 데도 장점이 있다. 하이브리드 커버유리 일체형(G1F) TSP가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된 것도 슬림형 GFF TSP의 영향이 컸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관계자는 “현재 슬림형 GFF TSP는 13달러 수준에 팔리는데, 2분기까지 11달러대로 낮출 것”이라며 “품질 수준만 괜찮다면 중국산 제품을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