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체코가 원전 동맹을 추진한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등의 체코 현지 두코바니 2기 원전 건설 최종 수주가 완료되면, 테멜린 2기(3·4호기) 원전 추가 건설과 함께 폴란드와 슬로베이나, 슬로바키아 등 제3국 원전 건설에 공동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페트르 파벨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프라하성에서 한-체코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체코와 원전 모든 절차에 있어 협력할 것이기 때문에 '원자력 동맹'이 구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원전 수주 계약이 절차를 밟아 (최종 계약이) 체결된다면 양국의 경제산업 협력, 과학기술 협력을 한단계 도약시키는 길이 될 것”이라며 “두코바니 원전 계약이 체결돼 시공을 하게 된다면 설계, 시공 등 모든 절차에 있어서 체코와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새로운 기술의 개발 뿐 아니라 원전 인력의 양성까지 함께 협력할 것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원자력 동맹이라고 하는 것이 구축될 수 있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파벨 대통령도 “한국과 (원전)협력 잠재력이 커, 이번(두코바니 원전) 협력이 성공한다면 폴란드를 비롯한 유럽 제3국에 원전 공동 진출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호응했다. 그는 “체코는 필요한 만큼 에너지를 확보할 수 없어 원전을 건설할 수 밖에 없다. 체코 뿐 아니라 기타 유럽 나라도 원전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국과 협력할 잠재력이 크다”면서 “제3국 시장 진출을 함께 도모할 수 있다”며 “만약 체코에서의 협력이 성공한다면 제3국으로의 진출을 고려할 만 하다”고 했다.
두코바니 원전 이후 테멜린 2기 등 추가 원전 건설에 대해선 “아직은 최종 계약이 체결된게 아니어서 시기상조다. 이번 프로젝트가 얼마나 성공하는지에 따라서 신규 원전 사업도 고려될 것”이라고 했다.
양 정상은 웨스팅하우스측이 제기한 지식재산권 문제와 관련해서도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 정부는 원전협력에 대한 확고한 공감대를 공유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한미기업 간 원만한 해결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한수원은 체코 기업들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강구 중이고 이 문제는 UAE 바라카 원전때처럼 잘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파벨 대통령도 “최종 계약서가 체결되기 전에는 확실한 것이 없다”면서도 “한국과 미국이 분쟁을 오래 끌지 않고 합의를 보는 것이 양측에 유리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그 문제가 성공적으로 해결되리라 믿는다. 나쁜 시나리오도 물론 고려하고 있으나 그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했다.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전략적 파트너십도 강화한다. 에너지 분야는 물론, 첨단산업 육성, 기후위기, 바이오, 교통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경제·문화·과학기술과 외교안보·국방·방산과 같은 제반 분야에서 협력을 전면적으로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면서 “첨단산업 육성, 에너지 안보 확보, 그리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전략적 공조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양국은 앞으로 바이오·디지털·교통 인프라 분야에서도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함께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 이를 통해 양국은 제조업 중심의 협력을 넘어 첨단기술과 응용과학을 바탕으로 하는 미래 동반성장의 기반을 함께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이날 북핵 문제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두고도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특히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적·경제적 밀착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우크라니아 재건을 위한 양국 간 협력도 강화키로 했다.
프라하(체코)=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