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균의 스타트업 멘토링]<7>사람에게 투자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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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미국 최고의 벤처투자회사 클라이너 퍼킨스의 맷 머피 대표는 “사람에게 투자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라는 질문에 “창업가를 만나면 우선 그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인생의 가치관은 무엇인지 듣는다. 질문을 많이 하는 것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창업 멤버들이 창업가의 가치관과 경험을 공유하는지, 어떤 비전을 품고 있는지도 확인한다. 이런 것이 바로 우리가 확인하고 싶은 창업가의 스토리고 사람에게 투자한다는 말의 뜻”라고 답했다.

나 역시 처음 만나는 스타트업 창업 팀에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이 있다.

“왜 사업을 하려고 하는가?”

“굳이 이 분야, 이 사업인 이유는 무엇인가?”

`어떻게(How)`가 아니라 `왜(Why)`를 묻는다. 이 질문을 하면 사업과 얽힌 그 사람의 이야기가 나오게 된다.

창업가가 과거 어디에 몰입하며 살았고, 현재 사업이 자신의 인생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물으면 종종 놀라운 스토리를 만난다. 사업과 자신이 분리되지 않는 경우가 상당수다. 그 사람의 소명이고 인생인 때가 많다. 돈만 벌고자 하는 동기에서 나온 것도 아니고, 유명한 창업가의 성공 무용담에 취해 급조된 즉흥적인 사업모델이 아닌 경우다. 대기업과 직장 생활에 대한 혐오나 두려움에서 도피 수단으로 창업하려는 것도 아니다. 이 사업을 좋아하게 된 계기와 스토리가 있다. 꼭 해야만 하는 근원적인 동기의 뿌리가 있다. 그런 창업가를 만나 독특한 스토리를 듣게 되는 것은 큰 행운이자 즐거움이다.

사업의 과정은 최악의 환경에서 엄청난 스트레스와 압력으로 나를 벼랑 끝까지 밀어내는 것이다. 가치관, 인격, 용기 등 모든 것의 한계에 내몰린 후 남는 것이 무엇인가? 그건 바로 나도 모르는 나의 진짜 정체다. 반면에 조금만 잘될 기미만 보여도 모든 이론과 지식, 이성적 판단을 무력화하는 욕심이 발동한다.

이런 절망과 유혹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끝까지 중심을 잃지 않도록 만드는 뿌리가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바로 사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투자자는 아이디어, 학력, 기술에 현혹되지 않고 살아 있는 스토리가 있는 근성 있는 창업가에게 투자한다.

프라이머 대표 douglas@prim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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