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문화로 읽다]셜록 홈즈의 `추론의 과학`

역사상 가장 많은 영화와 소설로 만들어진 캐릭터는 누구일까? 바로 영국 작가 아서 코난 도일 경이 탄생시킨 명탐정 셜록 홈즈다. 소설 속 캐릭터인데도 다양한 소설, 영화, 드라마로 재현되면서 그를 가상인물이 아닌 역사적 인물로 착각하는 사람마저 있다. 셜록 홈즈 옆에서 수사를 도우면서 마치 실제로 있었던 일처럼 기록하는 단짝 왓슨 박사는 이야기의 설득력을 더하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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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스토리를 현대버전으로 재해석한 BBC 드라마 `셜록`에서 셜록 홈즈가 직접 운영하는 설정으로 등장하는 사이트의 이름도 `추론의 과학`이다.

셜록 홈즈의 흥미진진한 사건 해결방식을 읽고 있노라면, 이런 사고방식을 실제 생활에도 접목시킬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소설 속 셜록 홈즈는 처음 본 사람도 옷매무새, 말투, 몇 가지 동작만 보고도 신분과 직업은 물론 현재 고민까지 알아 맞춘다. 알려진 사실로부터 새로운 사실을 추출해 나가는 것을 `추론` 혹은 말 그대로 `추리`라고 하는데, 여기서 셜록 홈즈는 관찰 외에도 실험이나 연구 등을 추가로 거치기도 한다.

실제로 많은 연구자가 가상 캐릭터인 셜록 홈즈의 문제 해결 방법을 연구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셜록 홈즈의 추리와 법의학의 유사성을 발견한다. 하버드대 심리학자 마리아 코니코바는 코난 도일의 저서에 등장하는 셜록 홈스의 사고 과정을 현대 신경과학과 심리학을 바탕으로 분석했다. 그는 자신의 연구를 `생각의 재구성(MASTERMIND)`으로 정리했는데, 이 책은 셜록 홈즈 마니아는 물론 심리학계에서도 반향을 일으켰다.

마리아 코니코바는 연구 출발점을 소설 속 주인공인 셜록 홈즈에게도 실제 모델이 존재했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코난 도일은 의대 공부를 하던 시절 만난 은사였던 에든버러 의과대학의 조셉 벨 교수를 셜록 홈즈 모델로 삼았다고 밝힌 바 있다. 조셉 벨 교수는 왕립병원에서 학생들이 참관하는 외래환자 공개클리닉을 열었다. 그는 세심한 관찰로 환자의 질병뿐 아니라 직업과 성격을 맞춰 학생들을 놀라게 했다.

코난 도일 역시 의사였고 뛰어난 추리력을 선보였다. 1907년 가축 도살 혐의를 받고 억울하게 복역했던 조지 에달지 사건을 관찰력을 토대로 무죄로 입증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셜록 홈즈식 과학적 사고 방식의 핵심은 무엇일까? 마리아 코니코바는 `머릿속 다락방`이라는 셜록 홈즈의 표현을 빌려와 왓슨식 사고구조와 비교해 설명한다. “나는 인간의 뇌가 원래 작고 빈 다락방처럼 생겼다고 생각해. 이 다락방을 각자가 원하는 가구로 채워 넣어야 하는 것이지.”

셜록 홈즈가 관찰을 통해 단서를 수집하고 상상력을 동원해 여러 가능성을 도출한다. 마리아 코니코바는 `버스카빌가의 개` `증권거래소 직원` `프라이어리 학교` 등에서 나타난 셜록 홈스의 관찰 태도를 예를 들기도 한다. 그리고 모아진 단서 속에서 냉정하게 거리를 두고, 논리적이고 현실적 `상상`을 해야 한다. 여기에 셜록 홈즈는 때로는 화학실험에 몰두하기도 한다. 소설 속 셜록 홈즈는 과학적 사고방식은 멀리 있지 않다고 강조한다. 셜록 홈즈는 늘 관성적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왓슨을 두고 딱하다는 듯이 말한다. 우리는 언제나 너무 익숙하기 때문에 눈 뜨고도 진실을 보지 못 하는 경우가 더 많다. “불가능한 것들을 제거하고 나면, 아무리 아닌 것 같아도 남은 것이 진실이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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