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문화로 읽다]어른들의 장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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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 헬리콥터(모델명 9396) 제품 내부 기어단. 양쪽에 달린 톱니 스위치를 조절하면 뒷 문을 열고 닫고 랜딩 기어를 움직일 수 있다.

동화에 나올 것 같은 성, 팔과 다리가 앞뒤로 움직이는 다양한 표정의 사람과 동물 피규어…

어릴 적 꿈꿔본 사람 많다. 방 한 가득 레고 브릭을 전시해 놓고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주인공은 유학을 갔다 장난감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브릭 장난감 회사 본사에 디자이너로 취업한다. 그의 작은 방에 들어서면 펼쳐지는 장난감 디오라마(실제 환경에 가깝게 모형을 설치해 한 장면을 만든 것, 주로 영화 촬영을 위해 만든 축소 모형과 풍경을 말한다)를 보면서 어린 시절 가슴이 뛰던 그 느낌을 그대로 가졌을 어른들도 많을 테다.

이 꿈의 장난감 박스를 마음껏 가질 수 있는 어린이는 많지 않다. 레고는 부품 수나 난이도에 따라 적게는 1만원대, 많게는 100만원대에 출시된다. 주로 판매되는 제품 가격대는 5만~20만원대다. 여유 있는 부모를 둔 게 아니라면 용돈으로 장난감을 산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나만의 레고 왕국`의 꿈은 그래서 `어른이 되면 할 것들` 목록에 포함된다. 아이 핑계, 조카 핑계를 대고 대형 마트 레고 코너를 서성이는 어른들이 많은 이유다.

레고는 이 어른들을 위해 재미있는 `작품`들을 매년 출시한다. 특히 `테크닉` 시리즈나 기차 시리즈는 직접 장난감을 움직이고, 무선 조종까지 할 수 있어 더 매력적이다. 다양한 용량의 전원 공급·모터·센서 장치(파워 펑션)를 이용해 기차와 자동차를 달리게 한다. 헬리콥터 날개를 돌리고 기중기가 움직이게 한다. 이쯤 되면 그냥 장난감이 아니라 토목·건축, 기계, 전기 기술이 망라된 첨단 기기다.

우선 기계를 작동할 수 있는 기어가 들어간다. 현재 출시된 레고의 기어 종류만도 수십가지다. 톱니바퀴의 톱니수별로 나누자면 1·8·12·14·16·20·24·28·36·40·56·168개씩 12종이고, 기어들은 기어 축과 이어줄 수 있는 구멍 개수나 모양이 천차만별이다. 다양한 길이와 크기, 모양, 길이의 기어 축까지 포함하면 레고로 만들 수 있는 기어 종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기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어비(맞물리는 기어의 큰 기어 톱니 수를 작은 기어의 톱니수로 나눈 값)를 일일이 계산하고 부품을 골라야 한다. 어른이 돼서까지 복잡한 수학 공식에 매달리고 싶지 않으면 `레고 기어비 계산기(LEGO Gear Ratio Calculator)` 사이트에 들어가 간단하게 해결하면 된다. 기어의 톱니 수와 모양을 입력하면 기어비가 자동으로 계산된다.

톱니바퀴를 직접 이어 가면서 구동부를 만든 뒤 또 다른 재미를 찾고자 한다면 파워 펑션을 써 본다. 배터리 박스는 일반 AAA사이즈 건전지를 여러 개 넣는 형태, 재충전 가능한 방식 등이 있다. 재충전을 위한 충전기도 있다. 모터는 더 복잡하다. 토크(물체를 회전시키는 힘, 단위는 N·m 또는 kgf·m를 사용한다)에 차이가 있고, 출시한 제품 모델마다 크기·무게가 다른 모터들이 장착됐다. 자동제어(Servo) 모터, 초음파 감지 센서, 회전 감지 센서, 색깔 감지 센서, 터치 센서, 적외선 감지 센서, 적외선 탐색 장치 등이 최근 출시됐다. 무선 조종을 하려면 적외선(IR) 리모컨을 이용해 모터와 데이터를 주고받으면 된다.

다음달 1일 미국에서 레고의 로봇 키트 `마인드스톰` 시리즈 신제품 `EV3`가 출시된다고 한다. 일종의 로봇 제조 키트로, 소형 로봇을 만들 수 있는 센서·모터와 기계 부품, 간단한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까지 들어 있다. 기존 `NXT` 모델은 블루투스 통신을 이용해 로봇간 통신을 했다면 이번 제품은 USB를 이용한 컨트롤러만으로 4대 이상 제어할 수 있다고 한다. 모터는 16개, 센서도 16개를 부착할 수 있다. 처음으로 리눅스 운용체계(OS)도 지원된다. 스마트폰 등에서 컨트롤러 앱을 다운로드 하면 스마트폰으로도 구동할 수 있다.

가격은 349달러(약 39만9000원), 장난감 치고는 고가다. 창작하는 재미와 레고를 조립할 때 느껴지는 특유의 `손맛`을 떠올려 보면 이번에도 그냥 넘어가기는 힘들 것 같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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