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가 기승을 부린 지난 16일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에 위치한 00은행 현금인출코너. 저녁 9시를 넘은 시간이지만 밝게 빛나는 조명 탓에 유리창에 낀 서리가 선명하게 보인다. 내부에 사람 한명 없지만 냉방중이라는 것을 밖에서도 한눈에 알 수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한 켠에 서있는 에어컨에서는 연신 찬바람이 나온다. 실내온도를 측정하자 디지털온도계에 24℃라는 숫자가 찍힌다. 에어컨의 풍량은 `강`. 바람에 머리칼이 휘날릴 정도다.
주변 지역 현금인출기를 7곳을 돌아다녀 본 결과 냉방을 하지 않는 곳 두 곳을 제외한 다섯 개소에서 냉방기가 가동됐다.
최근 전력난이 심각한 가운데 은행 현금인출기 코너가 대표적 절전 사각지대로 지목된다.
대다수 은행은 현금인출코너 실내온도를 26℃에 맞춘다. 하지만 오후 10시 또는 24시간 운영하면서 이용자가 없을 때도 상당 시간 불필요한 냉방이 이어진다. 불필요한 전력소모가 이어진다는 지적이 따른다.
지난 14일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서울 서초동 강남역 일대 은행 현금인출코너를 찾았을 때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직접 방문한 8개소 현금인출코너 모두 냉방기가 가동되고 있었다. 전국에 위치한 현금 인출코너는 약 4만3000여개. 은행권에서도 이러한 상황을 알고 있지만 고객 불만과 관리인력 부재로 쉽사리 대응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현금인출코너는 저녁시간 고객 편의를 위해 제공하지만 내부 온도 관리는 사실상 신경 쓰지 못한다”며 “냉방기를 껐다 켰다를 반복하면 냉방기 수명이 짧아지고 고객 유무에 따라 온도조절을 하기도 쉽지 않다”고 상황을 전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ATM기는 냉방을 하지 않는 게 에너지를 아낄 수 있지만 현금인출소도 하나의 영업장으로 고객 민원이 발생할 수 있어 냉방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