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박만수 삼지전자 사장

LG유플러스는 지난 6월 말부터 새로운 이동통신용 광중계기를 현장에 설치하기 시작했다. 이 제품의 출력은 총 100킬로와트(㎾)로 기존 제품과 같지만 크기는 절반 가까이 작아졌고 무게는 36%가 줄었다. 전력도 22%를 덜 소모한다. 이전의 광중계기가 내부 팬으로 냉각했지만 새 모델은 자연 대류, 즉 공기 순환으로 냉각 방식을 바꾼 것이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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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디어는 올해 초 광중계기 생산업체인 삼지전자와 알트론이 LG유플러스에 제안해 채택됐다. 발주 대기업이 필요한 장비의 스펙을 제안하고 협력사는 그대로 생산해 납품하는 일반적인 하청 과정과는 반대인 `역제안`이다.

서울 가산동 삼지전자 본사에서 만난 박만수 사장은 “대기업과 협력하는 중소기업도 대기업의 발주만 바라보고 있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2010년 삼지전자 사장(각자 대표)을 맡아 당시 연매출 300억원에 직원 80명의 회사를 현재 연매출 714억원, 직원수 200명으로 키웠다. `자연냉각` 중계기는 삼지전자의 첫 역제안 작품이다.

박 사장은 “새로 개발한 광중계기는 대당 생산단가 17만원, 전력 사용료 월 4만원 절감 효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올 한해만 아낄 수 있는 장비 투자비는 2억원, 전기료는 5억7000만원에 이른다. LG유플러스는 2억원의 투자 절감 비용을 삼지전자와 알트론에게 되돌려주며 윈-윈 사례를 계속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 박 사장은 “아직 공개할 순 없지만 두 번째 역제안 프로젝트도 곧 나온다”고 밝혔다.

삼지전자는 주력 품종인 중계기에서 나아가 펨토셀, RRH 기지국 장비 등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박 사장은 “우리나라에 롱텀에벌루션(LTE)이 상용화되던 2011년 9월부터 수요를 보고 펨토셀 개발을 시작했다”며 “LTE가 시작되면서 중계기 시장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영역에 뛰어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삼지전자는 새 동력을 찾은 셈이 됐다. 화웨이 등 글로벌 생산업체를 제치고 LG유플러스와 펨토셀 공급 계약을 맺었다. LG유플러스의 장비 국산화 추진과 함께 삼지전자의 꾸준한 연구개발(R&D)을 바탕으로 한 품질 확보도 결실을 맺는 데 한몫 했다. 삼지전자는 2~3%의 높지 않은 영업이익에도 불구하고 매출의 8%인 60억여원을 한 해 R&D 비용으로 투자하고 있다. 100% 자체 생산을 하며 연구인력 비중이 30%에 달한다.

삼성전자와 에릭슨 등 글로벌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는 RRH 시장에선 아직 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박 사장은 국내 중소기업이 기술력으로 대기업과 경쟁하는 선례를 남길 수 있도록 꾸준히 밀어붙일 계획이다. 그는 “내가 아니더라도 다음 CEO가 더 큰 시장에서 경영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아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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