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에서 뛰어노는 닭이 낳은 달걀은 색깔부터 다르다. 본래 진짜는 자기 색깔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법이다. 진짜만이 정말 진짜의 본색을 드러내는 법이다. 진짜가 되기 어렵기 때문에 가짜가 탄생되고 가짜가 진짜처럼 행세하려는 행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달걀은 본래의 색이 있고 건강한 닭은 털 색깔부터 선명하고 윤기가 넘치는 법이다. 사육된 닭이 낳은 달걀은 어딘가 모르게 달걀 본래의 색깔에서 벗어나 탈색 또는 퇴색된 색깔이다. 야생에서 뛰어놀면서 자란 닭이 낳은 달걀을 깨서 노른자위를 살짝 눌러보면 쑥 들어갔다가 다시 원상복귀 된다. 터지지 않고 안으로 조금 들어갔다가 밖으로 다시 나오는 회복 탄력성이 강하다. 그만큼 시련과 역경을 극복할 수 있는 건강한 달걀이다. 야생에서 자유롭게 뛰어놀면서 단련된 건강한 몸이 건강한 생각과 마음을 갖게 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들판에서 뛰어놀던 아이는 이제 놀면 희망이 없다는 이유로 학부모라는 주인에게 잡혀 학교와 학원이라는 사육공간에 갇힌다. 학부모 주인이 주는 정해진 밥을 정해진 시간에 먹어야 하고 정해진 시간에 학교와 학원을 왔다 갔다 하는 지루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중간에 샛길로 빠지면 학부모 주인에게 잡혀 처벌을 받거나 심한 지탄을 받는다.
그렇게 기죽이고 살면서 아이는 오로지 교과서에 나오는 지식을 먹고 자란다. 음식은 학부모 주인이 정해진 밥을 먹어야 하고 지식은 교과서에 나오는 대로 소화시켜야 한다. 설혹 벗어날 수 있는 자유를 누려도 새장 속에 갇힌 새처럼 큰 틀 안에서 약간의 자유만 허용될 뿐이다. 자유롭게 자라지 않으면 자유를 찾을 수 없다. 왜냐하면 자유는 자기의 존재이유이기 때문이다.
자기의 존재이유는 학부모가 가르쳐주어서 깨닫는 문제가 아니다. 자기의 존재이유는 자기만이 알 수 있다. 자기의 존재이유는 끊임없이 묻고 스스로 답하는 가운데 발견될 수 있는 고통스러운 해답이다. 하지만 다양한 체험과 고통스러운 문답 속에서 서서히 내가 누구인지, 내가 하면 신나는 일이 무엇인지, 내가하면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될 때 비로소 행복한 삶의 서광이 비춰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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