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런(Chicken Run)`이라는 애니메이션 영화에 보면 닭들이 일정한 개수의 달걀을 못 낳으면 주인에게 잡혀가 죽는 장면이 나온다. 주인에게 잡혀가는 닭을 바라보는 동료 닭들은 불안에 떨면서 닭장 생활을 보낸다. 그런데 어느 날 닭장 주인이 평소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닭 먹이를 준다. 대부분의 닭은 웬 떡이냐고 생각하면서 달려가서 먹으려고 하지만 진저라는 리더 닭은 다른 닭들에게 먹이를 먹지 말라고 강력하게 경고한다.
사실 닭 먹이를 갑자기 늘려서 준 이유는 닭장 주인이 달걀을 팔아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겠다는 판단을 하고 닭들을 살찌워서 팔아먹으려는 계산된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다. 이 숨은 의도를 알아차린 리더 진저는 다른 닭들에게 위기가 다가왔음을 알린 것이다. 그리고 진저는 모든 닭들에게 닭장을 탈출, 꿈에 그리는 신세계로 함께 가자는 비전을 제시한다. 달걀을 낳을 필요도 없고 닭장에 갇혀 살 필요가 전혀 없는 닭의 유토피아, 치킨 토피아(Chickentopia)라는 비전이다.
그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비행기를 만들고 닭장을 탈출, 마침내 치킨 토피아에 도착해서 행복하게 사는 닭들의 이야기다. `치킨 런`의 닭처럼 우리 아이들도 닭장에 갇혀 사육당하면서도 늘 하고 싶은 다른 일을 꿈꾸는 때가 많다. 하지만 닭장을 탈출하는 것은 가출로 취급받는다. 닭장에 갇혀 닭이 닭장을 탈출하는 꿈을 꾸듯이 교실에 갇힌 아이들도 교실을 벗어나 놀고 싶은 꿈을 늘 그린다. 정해진 답을 찾아 가능하면 빠르게 목표 점수를 얻는 방법을 가르치는 학원을 벗어나 일상에서 뛰어놀면서 넘어지고 자빠지는 아픔 가운데 즐거움을 배우고 싶어 한다.
그러나 학부모는 아이들이 밖에서 뛰어놀고 있으면 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밖에서 놀기만 하냐고 야단을 친다. 아이는 무조건 놀아야 한다. 놀이를 통해서 해서는 안 될 일을 배우고 규율과 규칙의 소중함을 배운다. 어제와 다른 방법으로 오늘을 즐기는 게 놀이다. 놀이를 통해 재미있는 창의력을 스스로 체득하고 놀이와 함께 아이는 성장해가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누군가 놀고 있으면 `놀고 있네`라는 비아냥거림을 받는다. 놀지 않으면 나중에 놀아난다. 놀아야 삶이 즐거워지는 방법을 스스로 배울 수 있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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