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3시 40분. 외나로도에 위치한 나로우주센터의 발사지휘센터(MDC). 25명 연구진이 중앙에 있는 스크린을 지켜보고 있다. MDC는 나로호 발사를 총괄 지휘하는 곳이다. 연구진 뒤에 유리창 너머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신학용 교과위원장, 김승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나로호 발사체 개발을 함께한 흐루니체프사의 알렉산더 샐리베르스트포 사장을 비롯해 80여명의 관계자가 침묵을 지키며 상황 스크린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MDC 중앙 스크린 왼편에는 카운트다운 시계가 초 단위로 줄어들고 있다. 카운트다운 15분 전에는 발사가 자동으로 이뤄지는 시스템이다. 자동 시퀀스 2분 전 스크린을 지켜보던 이 중 누군가가 `어` 하며 작은 탄성을 내질렀다. MDC에 있던 모든 사람의 눈이 카운트다운 시계로 향했다.
카운트다운 시계는 `-16분 52초`란 빨간 숫자를 표시하며 깜빡거렸다. 카운트다운은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황진영 항우연 책임연구원은 “잠시 이상이 생긴 것 같은데 곧 상황을 파악하게 될 것”이라고 참석자를 진정시켰다. 통제실 내부에 한 연구원이 쓰고 있던 헤드세트를 벗고 밖으로 빠져나갔다. 곧이어 김승조 원장도 MDC를 빠져나갔다.
오후 3시 50분 MDC 내부에 급히 마련된 브리핑 장소에 조율래 교과부 2차관이 섰다. 조 차관은 “나로호 상단에 있는 추력벡터제어기(TVC) 관련 신호 이상이 포착됐다”며 “상황 파악을 위해 발사를 중지시켰다”고 밝혔다. TVC는 나로호 1단과 2단(상단)이 분리된 후 2단이 비행하기 위해 자세를 제대로 잡아주는 장치다. 한 항우연 관계자는 “신호가 미약한 것인지 잘못된 신호가 오는 것인지 확인 중”이라고 설명했다.
오후 4시. 계획대로는 이미 땅을 박차고 하늘로 솟아야 할 나로호는 여전히 발사대에 서있다. MDC 내부에 있던 자리 중 절반이 비었다. MDC를 들락날락거리며 상황을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남은 사람들은 입을 굳게 다문 채 깜빡이는 카운트다운 시계를 조용히 지켜봤다.
자리를 비웠던 김승조 원장이 MDC로 들어왔다. 이주호 장관에게 다가가 조용한 목소리로 무언가 보고했다. 이주호 장관은 고개를 끄덕이곤 자세를 고쳐잡고 다시 앉았다. 3분 뒤, 오후 4시 8분. MDC 내부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금일 나로호 발사는 취소됐습니다. 다시 한 번 알려드립니다. 금일 나로호 발사는 취소됐습니다.” MDC 내부에 있던 모든 사람이 탄식을 터트렸다.
나로호 재발사가 언제 추진될지는 알 수 없다. 상단부 TVC를 점검하기 위해 발사체를 다시 눕혀 조립동으로 이동해야한다. 영하 183도의 차가운 액체산소가 충전돼 있었기 때문에 액체산소를 빼고 따뜻하게 하는 작업을 하는 데도 꼬박 하루가 걸린다. 조광래 나로호발사추진단장은 “30일 조립동으로 가져가고 1단과 2단을 해체하는 작업 때문에 실제 분석은 12월 1일이 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조립하고 발사준비를 위해 이틀의 예비일을 둬야하기 때문에 발사예정일 마지막 날인 12월 5일 전까지는 재발사가 어렵다.
고흥=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