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단기 성과주의가 능사 아니다

LG그룹 주요 계열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기업 임원 인사가 시작됐다. 내년 초까지 삼성전자·KT·SK텔레콤 등 주요 대기업의 인사도 잇따를 예정이다.

28일 발표한 LG전자 인사에서는 사장 승진자가 두 명이나 나왔다. 임원도 38명이 새로 발탁됐다. 올해 경기 불황으로 고전했지만 성과를 올린 인사를 어김없이 격려했다. LG전자는 이번 인사 기준으로 `시장 선도 성과`를 제시했다. 매년 원칙으로 삼아온 `성과 있는 곳에 승진 있다`를 올해도 지킨 셈이다.

재계에서 가장 관심을 갖는 내달 삼성전자 임원 인사 역시 이 같은 원칙을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보인 휴대폰 부문에서 많은 승진자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성과주의는 공평한 잣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업이나 공공기관 인사의 대원칙으로 자리 잡는 추세다. 더구나 성과주의는 기업 경영목표 달성에도 매우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임직원이 성과를 중심으로 경쟁하면서 업무의 효율성이나 경쟁력도 덩달아 높아진다.

하지만 성과주의의 한계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대기업은 1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성과를 내야 하는 시간적 제약이 많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임원이 단기간에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일에 목을 매는 폐해가 종종 나타난다. 기업의 비전을 세우고 체질을 바꾸는 장기적인 경영 전략이 실종되는 일이 허다하다.

최근 기술기업은 스마트 혁명이 야기한 시장 변화로 위기에 내몰렸다. 기존 주력 사업이 한계에 직면하면서 실적 악화의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난다. 이 같은 위기도 돌이켜보면 근시안적 단기 성과주의가 초래한 측면이 크다.

따라서 단기 성과주의 인사의 한계를 극복할 장기 전략주의 인사도 이젠 고민할 때가 됐다. 특정 분야에는 당장 성과가 나지 않아도 전문가들에게 더 오랫동안 기회를 주는 방향이다. 인사권을 쥐고 있는 오너의 통 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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