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접을 뒤집으면 접대가 되고 접대를 뒤집으면 대접이 된다. 글자 순서의 차이가 가져오는 의미상의 차이는 의미심장하다. 대접은 남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은혜에 보답하는 감사 표시다. 자신이 이룬 성취나 업적 그리고 무엇인가 잘 된 일은 본인도 열심히 노력했지만 나를 도와준 다른 사람 덕분이라고 생각하는 마음이 우러나올 때 상대방을 대접하겠다는 마음이 생긴다.
이에 반해서 접대는 똑같이 은혜를 입었지만 내가 받았으니까 나도 그에 상응하는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미안한 마음이 들 때 일어난다. 대접하려는 사람과 대접받는 사람은 모두 인격적으로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자세를 낮추고 상대를 높여주려는 마음에서 만남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접대하는 사람과 접대 받는 사람은 이해관계를 전제로 은혜를 입었으니 반드시 그 은혜를 갚아야 한다는 의무감과 부담감으로 만난다.
대접하려는 마음은 물질적 보상에 관계없이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극진한 마음이 앞서지만 접대하려는 마음은 물질적 보상을 전제로 사심과 탐욕을 숨기고 있다. 대접은 진심(眞心)이지만 접대는 사심(邪心)이다. 대접하는 사람은 상대에게 선물(膳物)을 주지만 접대하는 사람은 상대에게 뇌물(賂物)을 준다. 선물을 받은 사람은 더없이 즐겁고 기쁘지만 뇌물을 받은 사람은 받는 순간은 즐거울 수도 있지만 받고 나면 참을 수 없는 무거운 기분에 억눌려 살아간다.
선물을 주고받는 대접은 막걸리 대접에 한 가득 정을 담아 상대에게 권하듯이 훈훈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이루어진다. 남을 먼저 대접해주면 남도 나처럼 대접해준다. 내가 먼저 진심으로 대접해주었는데 상대가 나를 사심으로 접대하려고 들 때 과감하게 거절해야 한다. 대접해주면 대접으로 상대를 대해야지 접대하는 마음으로 상대를 대하면 인간적 접촉은 거기서 끝날 수 있다. 인격적 만남은 대접에서 비롯되지 접대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나는 지금 사람을 대접하고 있는가, 아니면 접대하려고 하는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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