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소송 1심 판결이 한국과 미국 법정에서 곧 윤곽을 드러낸다. 가히 세기의 특허 전쟁이라 부를 만큼 세계의 눈과 귀가 판결 결과에 쏠려 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승리와 다른 쪽의 승복 가능성이 낮다. 그동안 특허 공방을 감안하면 아마 지리한 항소로 이어지다 결국 양사 협상으로 매듭지어질 공산이 커 보인다. 단지 시간문제일 뿐, 특허를 둘러싼 힘겨루기에서 누가 더 많은 실리를 얻게 되는지로 결론날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삼성전자는 애플과 특허 전쟁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 장기전으로 끌더라도 무조건 판정승이라도 거둬야 한다. 특허 소송 결과만 놓고도 두 당사자의 이해득실이 첨예하게 갈릴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이면에 깔린 더 중요한 사실은 이번 싸움에서 밀리면 삼성전자가 조기 사업 구조 개편 요구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바로 세트(완제품)와 부품 사업의 분리다.
익히 알다시피 양사의 특허 공방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대리전 성격도 있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진영의 대표 자격으로 애플과 맞서는 셈이 됐다. 애플은 완제품 업계 대표 선수로 삼성전자를 견제하려 나선 모양새다. 소송 결과가 어느 쪽으로 기우는지에 따라 각 진영에 속한 개별 기업들에 미칠 파장은 크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의 시선이 이번 공방전에 집중되는 까닭이다.
만약 삼성전자가 특허전에서 수세에 몰리게 되면 이른 시일 내 완제품과 부품 사업을 분리하는 결단을 내려야 할지 모른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소비자 완제품과 부품을 동시에 거느린 독특한 사업 구조로 성장을 거듭해왔다. 시장 불황기에는 더 빛을 발했다. 수요 침체로 완제품 사업이 어려우면 반도체·LCD가 받쳐주고, 반대로 부품 경기가 추락하면 완제품 사업이 자리를 메워주는 식이었다. 실도 있었지만 득이 더 많아 다른 기업의 부러움을 샀다.
삼성전자가 최근 나홀로 승승장구하면서 글로벌 경쟁사들의 견제는 갈수록 거세졌다. 핵심 부품을 삼성전자에 의존하면서 완제품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자가당착적 관계는 이제 노골적인 불만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비록 특허전에서 애플을 응원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이 대목에서는 삼성의 다른 경쟁사들은 애플과 같은 편이다.
삼성전자의 사업 구조 개편은 곧 그룹의 지배 구조 변화와도 맞닿아 있는 중요한 이슈다. 삼성전자 최고경영자(CEO)가 아닌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이 특허전을 직접 진두지휘하는 것도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으로 보인다.
서한 소재부품산업부장 h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