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휴대폰 가격 표시제 단속만 능사인가

정부가 휴대폰 가격표시제 합동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지방자치단체와 소비자단체까지 참여해 이행 실태를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제도 시행 5개월 만에 나온 조치에 휴대폰 유통가는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휴대폰 가격표시제는 사실 유통가에선 유명무실해진 제도다. 제도 시행 이후 지식경제부가 몇 차례 단속을 벌였지만 대부분 계도하는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지경부는 올해 초 모두 4400여개 사업장을 단속해 560여개 위반업체를 적발했다고 한다. 여전히 제도를 지키지 않는 대리점이나 판매점이 비일비재했다.

이번 합동단속은 이 때문에 적발 시 과태료까지 부과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동안 계도 중심에서 일벌백계(一罰百戒)로 제도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그간 공공연하게 제도를 지키지 못한 업주가 거금의 과태료를 물어내는 사태가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는 시행 5개월이 지나도록 제도가 정착되지 않는 이유도 다시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휴대폰 가격 표시제도는 도입할 당시부터 휴대폰 유통가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로 유통가 업주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통신사 보조금 정책이 바뀌는 상황인데 수시로 가격을 바꿔 표시하는 것은 한계가 많다고 하소연해왔다. 휴대폰 가격이 들쭉날쭉한 것이 유통가 업주 상술보다 가격을 결정하는 통신사 정책에 있는데 유통가만 규제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맞서왔다.

유통가 지적처럼 제도에 허점이 있다면 단속만이 능사는 아니다. 현실적으로 지킬 수 없는 제도를 만들어 놓고 공권력으로 무조건 관철시키려는 것은 80년대식 행정이다. 단속에 앞서 제도적 보완점은 없는지 정부는 한 번 더 되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