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진짜 벤처입니까

내비게이션 전문기업 아이스테이션이 결국 상장 폐지됐다. 이미 지난해 가을부터 내부적으로 상장 폐지 가능성이 제기됐고 자본 전액 잠식으로 거래 정지가 됐을 때는 이미 `틀렸다`는 분위기가 만연했다.

디지털 장비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국내 시장에서 호황을 누리던 이 분야 중소·중견 벤처기업들이 어두운 터널 속을 헤맨다. 학습용 PMP 시장을 주도한 코원, MP3 플레이어를 시장에 처음 도입한 아이리버, 팹리스 기업을 인수하며 단말기 사업 성장을 꾀한 엔스퍼트가 대표적이다.

기업마다 경영난 정도는 다르지만 치열한 경쟁을 타개할 중장기 비전이 뚜렷하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다. 애플 아이폰이 촉발한 단말기 융합 트렌드에서 더 이상 새로운 무언가를 고안해 내는 것도 쉽지 않다. 일각에선 “세계 단말기 시장은 애플과 삼성 같은 글로벌 대기업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라는 비관론에 힘을 싣는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 시장의 변화 속에서 이 분야 벤처 기업인들의 시름도 깊다. 대기업과 동등하게 제품 개발 단계부터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두면서도 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제품을 한발 빠르게 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속도`와 `혁신` 피로도가 상당하다.

긍정적인 것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패기로 무장한 젊은 벤처인들이 꾸준히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빠른 의사소통과 열린 조직문화를 무기로 선배 벤처인들에게 새로운 자극이 된다. 벤처 선후배가 성공과 실패 경험을 공유하는 새로운 시도가 이뤄지는 것도 긍정적이다.

시장 기회를 포착·판단하는 것은 경영자 개인의 능력에 좌우될 수 있지만 참신한 아이디어를 발굴·실행하는 것은 조직의 문제다. 세계 시장으로 눈을 키우고 경영자가 미처 몰랐던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으려면 개인과 조직이 모두 `벤처다워야` 한다. 흑자 기업이든 적자 기업이든 자유롭게 소통하고 빠르게 실행하는 환경을 갖췄는지 돌아봐야 할 때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