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기대 너무 컸나"

미국 배터리 기업 실적 부진으로 손실늘고 파산보호신청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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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전기차 시장이 기대만큼 열리지 않으면서 배터리 업계의 부정적인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의 파산신청과 실적 악화가 이어지고 관련 사업을 준비했던 기업들의 투자가 미뤄지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기대 이하=미국 배터리 전문업체 A123시스템즈는 지난 8일 최악의 실적을 발표했다. 작년 한해 매출(1억5900만달러)보다 더 큰 영업손실(2억3800만달러)을 기록했다. 그 폭도 전년대비 59%나 증가했고 순손실액도 2억5000만달러가 넘었다. “미국 정부 지원이 없었다면 벌써 파산했을 것”이란 업계 평가가 나올 정도다.

미국 배터리 업체 에너원(Ener1)은 벼랑 끝에 매달렸다. 지난 1월 파산보호신청(챕터11)을 냈다. 파산보호신청은 법원의 감독 아래 채무상환을 연기하고 회생 절차를 밟는 제도다. 자구 노력에 따라 회생이 가능하지만 시장 경쟁에서 사실상 밀려났다.

◇전기차는 시기상조?=에너원과 A123은 오바마 행정부 기대주였다. 에너지 효율화 정책의 일환으로 대통령이 전기차 보급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요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성장 속도 역시 느렸다.

알렉스 소로킨 에너원 최고경영자(CEO)는 “전기차 업체들이 리튬이온 배터리를 예상보다 적게 사용하면서 우리 사업 계획에 충격을 줬다”고 말했다.

A123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최대 고객이자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 메이커인 피스커 오토모티브가 기대치를 밑도는 판매 실적에 주문량을 줄이자 A123는 지난해 말 대량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연매출 30조원이 넘는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회사인 캐나다 매그나도 전기차 시대를 대비, 배터리 사업을 준비해왔지만 시장 지연으로 구체적인 양산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업체인 솔라앤에너지 홍유식 상무는 “1000만원대 경차도 전기차로 만들면 4000만원이 넘는다”면서 “값비싼 가격, 충전 인프라 문제 등 전기차 보급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말했다. 솔라앤에너지는 지난해 세계 전기차(하이브리드 포함)가 100만대 이상 판매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전년 94만대에 비해 5% 늘어난 수치다.

◇국내 기업들은 괜찮을까=전기차 시장 지연은 국내 업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LG화학은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당초 2013년까지 1조원 규모였던 투자 목표를 2조원으로 두 배 늘렸다. 삼성SDI는 독일 보쉬와 손잡고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전문기업 SB리모티브를 설립했다. SK이노베이션도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수요가 부진할 경우 공급 과잉을 맞을 수 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최근 4월말까지 전기차 볼트를 일시 생산 중단하겠다고 밝혀 배터리를 공급하는 LG화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LG화학은 미국 미시간주 홀란드시에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건설, 이달부터 상용 생산을 계획하던 터라 향후 GM 행보에 따라 LG화학 현지 공장 건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 측은 “한시적인 생산 중단이고 GM 외에도 다양한 고객사를 확보해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배터리 업계 고위 관계자는 “전기차가 앞으로 가야할 방향임은 분명하지만 최근 시장이 활발한 것 같지는 않다”며 “전기차보다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가 더 유망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고 전했다.


(출처: 업계)

(출처: 업계)

"전기차 배터리 기대 너무 컸나"
"전기차 배터리 기대 너무 컸나"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