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이제복 안나쉘 사장

“기업가의 열정으로 이 · 미용 가전에 도전”

악몽이었다. 창업 3년째인 2009년. 대형 유통점과 거래로 성장하던 시기에 갑작스레 맞은 협력사 파산. 제품 80% 이상을 생산하던 핵심 협력사 이었기에 그 충격은 컸다. 당장 공급 문제도 그렇지만 더 큰 일은 애프터서비스(AS)였다. 이제 막 시장에서 거래가 일기 시작했는데 AS를 맡기로 한 주체가 사라졌으니 퇴출은 시간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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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제가 맡겠다고 했습니다. 우리를 믿고 구입해준 고객과 소비자였기 때문에 사비를 들여서라도 AS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주변에선 사업을 접는 게 남는 거라 했지만 한 번 쌓은 신뢰를 잃을 순 없었습니다.”

이제복 안나쉘 사장(46)의 설명이다. 안나쉘은 국내 드문 이·미용 가전업체다. 중국산 저가 제품에 밀려 국내 중소가전이 사라지는 환경에서도 독자 브랜드와 핵심 제품 국내 제조를 고집하며 7년을 이어 왔다. 7평에서 시작한 사무실은 그 사이 200여평으로 늘었고 연매출 70억원을 바라보는 기업이 됐다. 핵심 협력사 파산 등 적지 않은 고비가 있었으나 뚝심을 갖고 극복했다.

“운이 좋았다고 봅니다. 수 십개의 브랜드가 생겼다가 사라지는 환경에서 저희가 살아날 수 있었던 건 좋은 사람을 만났고 그들이 저를 도왔습니다.”

운만으로 되는 일이 어디 있을까. 사업에 대한 확고한 신념, 국가 산업 발전이라는 사명감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이 독자 브랜드로 성공하기란 어렵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저희도 중국 제품을 들여와 팔면 누구보다 회사를 키울 수 있겠죠. 하지만 기업가라면 달라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 사장의 이런 생각에는 안경 전문업체 서전에서 얻은 경험이 컸다. 육동창 서전 회장 비서팀장으로 근무하며 세계와 경쟁하는 기업가의 모습을 지근거리에서 직접 봤기 때문이다. 육 회장은 육군 장성 출신으로 55세인 1985년 서전을 창업, 20여년만에 굴지의 안경테 전문회사로 키운 인물이다. 이 사장은 서전에서 마케팅, 기획 등을 두루 거쳤다. 조아스전자로 이직 후 부사장으로 쌓은 중소기업 경영 경험도 현재의 밑거름이 됐다.

이 사장은 윤윤수 필라코리아 회장과 찍은 사진을 책상 위에 뒀다. 한국외국어대 총동문회 부회장을 맡으면서 알게 된 윤 회장을 역할 모델로 삼고 있어서다.

“일에 대한 열정, 도전정신을 배운다”는 그는 “브랜드를 더욱 키워 해외서도 인정받고 싶고 직원들이 만족하는 회사, 꾸준히 성장하는 회사를 꿈꾼다”고 말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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