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진공 속에서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는다. 리더는 사람과의 관계(relationship) 속에서 영향력을 주고받는 지도자다. 리더십은 릴레이션십을 형성하는 능력이다. 릴레이션십이 형성되지 않고서는 리더는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리더십이 발휘되는 역동적인 현장, 문화, 제도, 시스템은 물론이고 다양한 사람들과의 역학적 관계 속에서 리더십이 개발되고 발휘된다. 리더십의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우선 릴레이션십의 텃밭을 가꾸어야 한다.
얼마 전 세계인을 감동의 도가니에 몰아넣은 칠레 광부들의 기적 같은 신화는 당시 공식적인 리더이자 작업반장이었던 우르수와를 비롯한 소수의 리더가 만들어낸 `리더십 스토리`라기보다 33인 광부가 믿음의 연대망으로 엮어낸 `릴레이션십 스토리`다.
그들은 사람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미덕과 가치인 관심과 배려, 애정과 연대를 통해 가장 극한적인 상황에서도 가장 감동적인 스토리를 일궈냈다. 33인 광부가 모두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결정적인 단서를 소수 몇 사람의 광부들이 발휘한 리더십에서 찾지 않고 그들이 맺은 인간적 연대망에서 찾고자 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당시 작업반장이었던 우르수와를 비롯한 몇 사람의 리더십으로 칠레 광부 33인 기적을 설명하기보다 33명 광부들이 인간적 관계맺음의 힘으로 만들어낸 감동적인 기적의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몇 사람이 발휘한 리더십에 힘입은 바가 크지만, 그들은 리더십을 넘어 릴레이션십으로,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어낸 기적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절망 대신에 살아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선택했고, 어쩔 수 없다는 부정 대신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 수 있다는 긍정 마인드로 무장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사기와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그들은 불가능하다는 포기 대신에 가능하다는 믿음으로 똘똘 뭉쳤다. 초기 갈등과 혼란도 있었지만 모두가 살 수 있는 비결은 우리라는 공동체로 뭉치는 길임을 깨달았다. 그 원동력은 각자의 어려움과 두려움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대화와 소통이었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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