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는 언제나 혼자다. 가장 위대한 창조의 꽃이 피는 순간에도 어김없이 혼자다. 가장 슬픈 가난은 고독 속에서 자신과 대면한 경험이 없는 것이다. 물질적 풍요 속에서 가장 심각한 정신적 허기를 느끼는 이유는 가난한 고독의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고독(孤獨)`한 시간을 가져야 내가 무엇에 `중독(中毒)`되어 있는지를 깨달을 수 있다. `고독`하지 않으면 뭔가에 `중독`돼 더 이상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침묵과 함께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가질 수 없다. `고독`은 `중독`을 치유할 수 있는 `해독제`다. 혼자 중얼거리고 혼자 견뎌내고 혼자 울면서 절박한 위기 상황을 견뎌낸다. 타인의 손도 내 안의 절실한 고독과 맞닿을 때 비로소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우선 혼자 견뎌내야 혼자로 지내지 않는다. 홀로 있을 때만이 온전히 자신의 상황을 되돌아볼 수 있으며,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 그러니 최악의 상황에서 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신혜경의 `부정하라`는 책에 나오는 말처럼 `고독 속으로 도망가는 것`이다. 니체도 말한다. 벗이여, 너의 고독 속으로 달아나라. 사납고 거센 바람이 부는 곳으로! 고독 속에서 올곧이 자신을 세우고 물어보라. 나는 지금 어디로 왜 무엇을 위해서 달려가고 있는지. 고독 속에서 던지는 질문이어야 진정한 나로 향하는 물음이 된다.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시간에 소음이 개입되고 주의를 분산시키는 환경 속에 놓이면 나로 향하는 질문은 멈추고 시선이 자꾸 밖으로 도망간다. 지금 내가 찾고 있는 답은 밖에 있지 않고 안에 있다. 밖의 답은 내가 찾고 있는 답으로 향하는 가능성과 단서를 제공해줄 수는 있어도 궁극적으로 내가 찾고 있는 답이 될 수 없다. 밖으로 향하는 문은 넓고 안으로 향하는 문은 좁다. 넓은 밖의 문으로 나가 이런 저런 경험도 해보고 다양한 눈으로 넓은 세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렇게 보고 느끼고 경험한 다음 이제 고독한 시간을 보내면서 내 안을 응시해야 한다. 잠자고 있는 가능성을 흔들어 깨워야 한다. 꿈틀거리는 욕망의 물줄기를 찾아야 한다. 그곳에 내 가슴을 뛰게 하는 꿈의 목적지가 숨어 있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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