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바람 앞 등불 같다. 직원 비위가 잇따른 끝에 위원장 공백 상태까지 맞았기 때문이다. 최시중 위원장은 제1기 위원회(2008년 3월 26일~2011년 3월 25일)부터 3년 10개월간 방송통신 정책의 꼭짓점이었다. 수장이 물러나니 방통위가 송두리째 흔들린다. 가뜩이나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진흥에 실패한 책임이 방통위에 몰린 터라 충격이 가중됐다.
최 위원장 제2기 임기가 2년 2개월이나 남았으나 총선·대선이 있는 해인지라 후임 인선이 녹록치 않다. 방통위가 오랫동안 갈피를 잡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상황에 따라 조직 전체가 죽고 살 갈림길에 설 수 있다.
방통위 직원에게 “중심을 잃지 말라”고 주문한다. 국가 공무원이다. 의연하게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당장 부위원장 직무대행 체계에 힘을 실어야 한다. 제4 이동통신사업자 선정, 가상사설망이동통신사업(MVNO) 활성화, 인터넷 본인확인제 폐지, 콘텐츠·소프트웨어 인력 양성 등 해야 할 일이 산적했다. 부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 네 명과 600여 직원은 방통위 설립 목적을 가슴속에 다시금 각인하길 바란다.
방통위는 왜 설립됐는가. 방송과 통신이 융합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방송 자유와 공익성·공공성을 높이고 방송·통신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려 세웠다. 공공복리 증진에 이바지하는 게 궁극적 목적이다.
방통위가 흔들리면 방송·통신 이용자의 복지가 위태롭다. 공정한 방송·통신 경쟁 환경과 보편적 서비스 체계도 무너진다. 공공 이익에 부합할 방송통신사업 대책을 마련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정신 바싹 차릴 때다. 후임 위원장 인선은 빠를수록 좋다. 무엇보다 흐트러진 방통위 조직과 정책을 다시 정립하고, 미래 정책과 조직 비전을 제시할 인사여야 한다. 그래야 후유증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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