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정보기술(IT) 연구원들의 경쟁사 이직을 제한하는 판결을 내렸다. 영업비밀이 경쟁사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 원고, 즉 전직 회사 손을 들어줬다.
기업이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축적한 자산을 지키는 것은 당연하다. 실질적인 자료 유출이 없더라도 핵심 인력이 경쟁 업체로 떠나는 것만으로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더욱이 해당 인력이 영업 비밀을 다루었다면 이들의 전직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직금지에 대해 따져볼 부분이 있다. 우리 사회가 영업비밀 보호를 명분으로 개인의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하는 건 아닌지에 대해서다.
정상철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지난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있었던 전직금지청구 사건에 대한 판례를 분석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우리 법원이 인정하는 전직금지 기간은 1~2년이 가장 많았고(74%), 2~3년(12%), 3~5년(14%)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개인이 1~2년 혹은 3~5년 동안 이직을 제한받는 데 대한 보상은 비중 있게 검토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판례 분석을 보면 우리 법원이 전직금지에 상응하는 대가를 제공하지 않은 이유만으로 전직금지약정을 무효로 본 사례는 없었다. 대가의 유무는 단지 기간을 결정하는 참고로 삼는 경향을 보였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이번 서울중앙지법 판결에서도 전직금지에 상응하는 회사 측 보상이 없었지만 법원은 퇴직 후 1년간 전직금지 약정은 ‘비교적 단기간’이라 지나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1~2년을 직장 없이 생활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른 IT 산업에 있어 1~2년은 단지 수입의 문제가 아니라 재취업 여부와도 직결될 수 있는 부분이다.
기업의 영업비밀이 중요한 만큼 개인의 행복추구권도 중요하다. 그럼에도 전직금지에 따른 보상에 관한 우리 사회 논의는 빈곤하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