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동통신 업계가 세컨드 단말기 경쟁에 돌입했다. 모바일 기기도 ‘1인 1대’에서 ‘1대 1회선’ 시장으로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세컨드 단말기는 고객이 휴대폰에 이어 이동통신사에 두 번째로 가입한 기기를 의미한다. 스마트패드나 게임기 등 통신 기능이 있는 단말기는 모두 포함된다.
닛케이산업신문은 한 휴대폰 판매점 담당자 말을 인용해 “12월 NTT도코모 고객 순증가 수가 비약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28일 보도했다. 그 배경에는 소니의 휴대용 게임기 신제품 ‘플레이스테이션 비타’가 있다.
플레이스테이션 비타는 무선 랜 기능뿐 아니라 기존 3G 망을 통해서도 다른 사람과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스마트폰처럼 언제, 어디서나 데이터 통신이 가능하다. 당연히 이통사에 가입해야 한다. 플레이스테이션 비타의 경우 NTT도코모 회선을 이용한다.
NTT도코모는 유효기간 6개월, 103시간 통신을 4980엔에 선불카드 형식으로 판매한다. 소니는 출시 이벤트의 일환으로 플레이스테이션 비타 50만대까지 통신비를 무상 지원한다. 덕분에 NTT도코모는 수 십만명 신규 고객을 단숨에 확보하게 됐다.
일본 휴대폰 가입자는 1억2000만명이다. 6월 말 기준 일본 인구가 1억2569만여명임을 고려한다면 국민 전체가 가입자라고 해도 무방한 수치다. 휴대폰 시장의 포화상태를 방증한다.
NTT도코모가 비타를 중요하게 바라보는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포화상황인 시장에서 고객이 새 스마트폰을 구입해도 가입자 수는 늘지 않지만 세컨드 단말기의 경우 한 대 팔릴 때마다 새 고객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KDDI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스마트패드 시장은 아이패드로 기선을 제압한 소프트뱅크가 독식하고 있기 때문에 특화된 단말기에 주목했다. 그 주인공은 휴대용 무선랜 라우터다.
KDDI는 내달 1일 ‘와이파이 워커 DATA 08W’라는 신제품을 내놓는다. 각종 단말기를 와이맥스 네트워크에 연결해주는 라우터다. 이 제품에는 3G 통신 기능도 있어서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KDDI에 별도로 가입해야 한다.
세컨드 단말기 시장의 선두주자 소프트뱅크는 디지털 액자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디지털 액자는 통신 기능을 갖춰 메일 수신이 가능하고 첨부된 사진이나 동영상도 볼 수 있다. 월 980엔의 요금을 내야 하지만 소프트뱅크는 내년 1월 중순까지 50% 할인 혜택을 준다.
이외에도 통신 기능을 갖춘 자동판매기나 택시 신용카드 결제기기, 수도 가스 검침기, 주차장 감시 카메라 등도 일본 이통사들이 눈독 들이는 세컨드 단말기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